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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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택 조합원 지위 상실 따른 분담금 반환시기 제한조항의 효력 [알아야 보이는 법(法)]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서민이 많습니다.

 

실제 지역주택조합의 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다고 합니다. 부지 확보와 사업 승인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사업 지연으로 추가 분담금이 계속 증가하거나 조합 내부 비리가 발생하는 등의 여러 위험에 노출된 탓입니다.

 

주택법이 개정되어 지역주택조합 가입을 신청한 이는 예치일로부터 30일 내 가입 청약을 철회하고 가입비 등을 반환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30일 내 자유롭게 탈퇴할 수 있다 해도 실제로 보통 사업이 이상하다고 인지하는 시기는 가입하고 2~3년이 지난 후이므로, 큰 실효성은 없어 보입니다.

 

더군다나 임의탈퇴는 매우 어렵게 되어 있어 사실상 불가능한 사례가 많습니다. 결국 탈퇴할 다른 방법이 없는지 고민을 하게 되는데, 극약 처방식으로 조합원 자격이 없어 그 지위를 상실했다고 주장하게 일이 종종 있습니다. 이렇게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게 되면 이미 납부한 분담금에서 이런저런 명목을 공제하고 남은 돈만 반환받게 됩니다.

 

조합원 지위 상실 즉시 분담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조합 가입 계약서에 ‘대체 계약자 대금이 입금 완료되었을 때 환불한다’는 ‘반환 시기 제한조항’이 있는 사례가 많은 탓입니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전 재산을 분담금으로 넣었고 이제 조합원 자격도 상실했는데, 대체 계약자 대금이 입금될 때까지 분담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 불공정 해 보일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에서는 이러한 반환 시기 제한조항이 불공정한 약관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2022. 5. 13. 선고 2020다217380 판결).

 

대법원의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조합 설립 전 미리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그 분담금 등으로 사업 부지를 매수하거나 사용 승낙을 얻습니다. 그 후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소유권을 확보하고 사업 승인을 얻어 아파트를 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서 조합원의 모집과 재정의 확보, 토지 매입작업 등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변수가 많아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거나 당초 예정했던 사업의 진행이 지연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조합에서 자격을 잃거나 자격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 조합원에게 즉시 이미 납부한 분담금을 반환해야 하는 예기치 못한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조합의 자금계획에 차질이 발생해 다수의 잔존 조합원 이익이 침해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격을 잃은 조합원 등에 대한 분담금 반환 시기를 대체 계약자의 대금이 입금되었을 때로 정한 것은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반환 시기 제한조항에서 정한 분담금의 환불 시기인 ‘대체 계약자 대금이 입금 완료되었을 때’는 일종의 불확정 기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확정 기한은 위 사실이 발생한 때 또는 발생하지 않는 게 확정된 때에 기한이 다가오므로, 자신을 대체할 다른 계약자가 입금을 완료할 때뿐만 아니라 대체 계약자의 대금 입금이 불가능해도 확정된 때에 분담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대체 계약자의 대금 입금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조합이 사실상 분담금을 반환할 수 없는 상태일 수도 있는데, 이 상태를 분담금 반환기한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실익은 없어 보입니다.

 

법무법인 바른 김추 변호사 chu.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