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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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밀가루에 할당관세 0%… 정부, ‘밥상물가 낮추기’ 총력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는 모습. 뉴시스

정부가 30일 발표한 물가 안정을 위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에는 밥상물가를 낮추기 위한 방안이 대거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요인에서 비롯된 원재료비 상승이 가공식품 및 외식물가 오름세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수입 돼지고기 할당관세 0% 적용 등을 통해 수입원가를 낮추고, 김치 등 가공식품에 부가가치세도 면제해 ‘생산(수입)→판매→소비’ 각 단계별로 비용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아울러 ‘5세대 이동통신(5G) 중간요금제’ 조속한 출시 유도 등 통신·교통·교육 등 생계비 부담 완화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당장 내달부터 밀가루, 밀, 해바라기씨유, 대두유에 대해 0%의 할당관세가 적용된다. 물량 제한은 없고 기한은 연말까지다. 돼지고기는 삼겹살과 가공용 돼지고기 수요 등을 고려해 총 5만t 수입물량에 대해 기존 22.5~25%의 관세 대신 0%의 할당관세가 연말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또 이미 0% 할당관세가 적용되고 있는 사료용 뿌리채소류는 할당 물량을 70만t에서 100만t으로 늘리고, 오는 6월30일까지 0% 할당관세가 적용되는 계란 가공품은 기간을 연말까지로 늘리기로 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돼지고기는 기존 1000달러 가격 기준 156만3000원에 수입됐지만 할당관세 적용으로 수입가격이 125만원까지 낮아지게 됐다. 정부는 18.4~20%의 원가 인하 효과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또 커피와 코코아원두 수입에 붙는 부가가치세가 내년까지 한시 면제되는데 정부는 커피원두 원가가 9.1%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관세 과세가격 결정에 적용되는 환율을 기존 ‘외국환매도율’보다 1%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는 ‘기준환율’로 하반기 중에 변경하기로 했다.

 

산업 파급효과가 큰 원자재 7개 품목에도 할당관세 등 세제 혜택을 준다. 나프타와 나프타 제조용 원유는 각각 조정관세를 제외하거나 할당관세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오는 9월30일까지 세율을 현행 0.5%에서 0%로 낮춰준다. 나프타 제조용 원유는 5150만배럴까지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산업용 요소는 0% 할당관세 적용 기간을 내달 말에서 연말까지로 늘리고, 망간메탈·페로크롬(각각 현행 2%)·인산이암모늄·전해액 첨가제(각각 현행 6.5%)는 연말까지 물량 제한 없이 0% 할당관세를 새로 적용한다.

 

생산단계에서 비용을 줄여주는 조치도 마련됐다. 정부는 면세농산물 공제 한도를 현행 40~65%에서 50~75%까지 상향해 식품 제조업체의 식재료비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매출 2억원, 농산물구입비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사업자는 세액공제액이 166만원 정도 증가한다. 원료 매입비 지원도 확대된다. 농협의 무기질비료 할인판매 비용 지원금(1801억원)과 축산농가의 사료구매비용을 낮은 금리로 지원하기 위한 예산(106억원)이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과 비교해 각각 1201억원, 46억원 증가됐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한 시민의 텅 빈 장바구니. 뉴스1

정부는 개별 포장돼 판매되는 김치, 된장, 고추장, 간장, 젓갈류, 단무지, 장아찌, 데친 채소류, 두부 등에 대해서도 내년까지 부가가치세(10%)를 면제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김치(10.6%), 된장(16.3%) 등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단순가공식료품의 물가상승률을 낮추자는 취지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생계비 부담을 경감하는 대책도 발표됐다. 이달 물가상승률이 5%대를 기록할 것이란 예측이 제기되는 등 식품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서민층의 실질구매력에 약화되는 것을 통신 등 다른 부분의 지원 대책을 통해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3분기부터 유도하기로 했다. 현재 5G 요금제는 월평균 데이터 이용량 10~12GB는 5만5000원, 110~150GB는 6만9000원~7만5000원으로 고가·저가 요금제로 양분돼 있어 이용자들이 가장 흔히 쓰는 월 20~100GB(기가바이트)대의 상품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통신업체 관계자들은 정부의 5G 중간 요금제 도입 의지에 대해 ‘우려’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 밖에 금리 인상에 따른 학비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 2학기 학자금대출 금리를 지난 1학기 수준의 저금리(1.7%)로 동결하고, 승용차 구입 부담 완화를 위해 현재 적용 중인 개별소비세 30% 인하 혜택을 올해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윤인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가격통제 중심의 물가관리에서 벗어나 원가절감 노력 지원 등 시장 친화적 방식의 정책 대응을 강화하겠다”면서 “주요 곡물 자급기반 구축, 안정적인 해외 공급망 확보, 핵심 품목 비축 확대 등 안정적인 수급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