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사진 등을 붙인 피켓을 든 채 1인 시위를 하는 등 행동으로 밀린 양육비 지급을 촉구했던 여성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여성은 같은 이유에서 전 시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게에 찾아가 소란을 피워 업무방해 혐의도 받았지만, 재판부는 업무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2단독 신성철 판사는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8)씨에게 벌금 5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지난 19일 선고했다.
앞서 A씨는 2020년 9월, 전 남편 B씨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서울 강동구의 한 이발소를 찾아가 ‘양육비를 달라’며 소란을 피워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 및 B씨의 동거녀 사진과 18년간 자신이 받지 못한 양육비 1억9000만원 그리고 개인 채무금액을 기재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거나, 해당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부착하는 등의 행위로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이혼 후 딸을 18년간 홀로 키웠으며, B씨가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머무는 등의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아 이러한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판사는 A씨의 명예훼손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으나, 전 시아버지의 이발소를 찾아가 소란을 피워 적용된 업무방해 혐의는 무죄라고 봤다.
신 판사는 판결문에서 “범행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과 B씨가 범행을 유발한 측면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의 구성 요건인 ‘위력’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홀로 자녀를 키우면서 전 배우자에게서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사례는 끊이질 않는다.
앞서 여성가족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2021년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혼·이혼 한부모 응답자 총 2848명 중 72.1%는 양육비를 단 한 번도, 8.6%는 과거에는 받았으나 지급이 꾸준히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돼 전체 미혼·이혼 한부모의 80여%가 양육비 미지급에 따른 고통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비 이행확보를 위해 시급한 제도로 응답자의 44.4%가 ‘양육비 긴급 지원 확대’를 꼽았으며, 이어 ▲‘미이행자 처벌 강화’(31.5%)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역할 강화’(23.6%) 순이었다. 특히 ‘미이행자 처벌 강화’가 시급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5년 23.4%, 2018년 29.9%에 이어 지난해 31.5%로 증가해 미지급자 엄벌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됐다.
여가부는 지난 3월 양육비 채무자 출국금지 요청 기준액이 현행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아지는 내용 등이 포함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해 지난달 26일로 기간이 만료했다. 이 개정안은 여가부 장관이 채무자의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으나, 기준 금액이 지나치게 높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