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사람이 많은 곳인데….”
국민의힘 윤형선 인천 계양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는 30일 오전 계양구 계산2동의 한 상가 골목에서 거리 유세를 하던 중 혼잣말로 이 같이 탄식했다. 점심시간 전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음식점이나 카페가 많았던 것도 한 이유지만, 폐업한 것으로 보이는 점포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윤 후보는 “이 부근은 가장 큰 현안이 재개발·재건축”이라며 즉석에서 지역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시작했다.
윤 후보는 6·1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이날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온종일 지역구 곳곳을 누비는 유세 총력전을 폈다. 오전 6시부터 인천지하철1호선 임학역 거리 인사를 시작으로 출근길 인사와 인근 상가 순회인사 등 강행군을 이어갔다. 윤 후보는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다가가 “안녕하세요”, “투표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등의 말을 건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데면데면 지나치는 시민도 있었지만 윤 후보에게 “꼭 당선되세요”, “좋은 결과 있을 거예요” 같은 ‘덕담’을 해주는 이들도 적잖았다.
빽빽한 일정 탓에 윤 후보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감돌았으나, 행인들에게 다가갈 땐 미소와 인사말을 잊지 않았다. 윤 후보는 영업 중인 상점들에 들어가서 점주·손님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제가 지난 두 차례 총선에 출마한 걸 잊지 않은 분들도 계시고, 그 전에 병원에 방문했던 분들도 꽤 된다”며 “요즘은 뉴스에도 종종 나와서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이번 선거 전까지 윤 후보는 무명 정치인에 가까웠다. ‘동네 의사’로 25년 간 계양을 지킨 그가 여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된 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이 지역구 보선에 출마하면서부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직전 대선 주자인 이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갑이 아닌 계양을에서 출마를 확정하자 윤 후보를 ‘맞수’로 내세웠다. 윤 후보가 잇단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와 예상 밖 접전을 벌이자 계양을은 삽시간에 이번 지선·보선을 통틀어 가장 ‘뜨거운’ 지역구가 됐다.
최근 이 후보가 꺼내든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두고 거센 논란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 윤 후보는 “‘계양 25년’과 ‘25일’의 차이가 여기서 나타난다”며 “우리 지역에 대한 애정이나 고민, 책임감이 하나도 없는 공약”이라고 일침을 놨다. 그는 계양시니어클럽과 계양다문화센터 방문을 마친 뒤 기자에게 관련 질문을 받고는 “김포공항 이전은 이미 대선 때 우리 당이나 민주당 모두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 공약에서 빠졌는데, 불과 두 달 사이에 가능해졌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이렇게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지역 토박이’의 공약으로 계양구에 있는 귤현 탄약고 이전과 서울지하철 9호선·공항철도 연결 두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탄약고 이전은 지역의 20년 숙원 사업인데, 이번 보선에 나오면서 즉시 중앙당에 요청해 문제를 매듭지었고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라며 “9호선과 공항철도 연결은 제가 얼마 전에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만나 정책협약을 맺고 왔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또 “집권여당의 힘으로 계양에 ‘예산 폭탄’을 투하하겠다”며 “당 지도부에서도 계양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제가 잘나서 그런 게 아니라 계양구민에 대한 배려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후 윤 후보는 경인교대 앞 상가 순회인사로 오전 유세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는 오후에도 도보로, 또는 유세차를 타고 지역 곳곳을 샅샅이 누비며 표심잡기에 나섰다. 저녁엔 재향군인회 회장단과 면담한 뒤 다시 유세차에 올라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들을 집중 공략했다. 윤 후보는 이날 자정까지 유세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