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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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종자 적극 육성”… 국내 넘어 글로벌 시장서 활로 찾는다 [농어촌이 미래다-그린라이프]

국립종자원, 수출 활성화 방안 추진

종자, 농산물 생산성·품질 좌우하는 핵심
세계 시장 美 등 7개국 12개 업체가 ‘독식’
어려운 환경 속 한국 수출 3년간 증가세

민·관·학 전담기구 꾸려 다각 지원 모색
제도 개선·민간업계 역량 강화 방안 강구
2023년 제3차 ‘5개년 계획’에도 담을 예정
종자원 “미래 전략산업으로 성장시킬 것”
국립종자원 직원이 벼 종자를 검사하고 있다. 국립종자원은 종자 수출 활성화를 위해 민·관·학이 함께 참여하는 수출 활성화 전담 조직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국립종자원 제공

세계 종자시장은 2020년 기준 440억달러(약 54조6000억원) 규모로 연평균 4%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말 그대로 농업의 ‘뜨는 시장’이다. 한국의 종자 수출도 최근 3년간 증가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수입해 오는 종자가 더 많은 상황이다. 정부는 세계 종자시장의 1.4%에 불과한 국내 종자산업의 새로운 활로 모색을 위해 종자 수출 활성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국립종자원은 현재까지의 종자 수출 상황과 여건 등을 되짚어 보기 위해 민·관·학이 함께 참여하는 종자 수출 활성화 전담 조직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전담 조직을 통해 하반기까지 수출 관련 제도 개선이나 민간 종자 업계의 역량 강화, 해외시장 다변화 등 다각적인 종자 수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국내 종자업계 대표 40여명과의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수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내년부터 시작될 제3차 종자산업 육성 5개년 종합 계획에도 수출의 중요성과 관련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기업 각축전 된 세계 종자시장… 12개 기업이 65% 차지

정부가 종자산업 및 수출에 공을 들이는 것은 미래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큰 분야이기 때문이다. 종자는 농업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데다 농산물의 생산성·품질 등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최근에는 의학, 생명공학 기술과 접목돼 ‘메디푸드’ 종자도 나오는 등 다양한 융복합이 이뤄지는 고부가가치 산업이기도 하다.

종자산업의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자 세계 종자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전이 돼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종자기업들은 이미 여러 나라의 종자기업들을 인수합병하면서 꾸준히 몸집을 불려 왔다. 국립종자원에 따르면 세계 종자시장은 독일·미국·중국·프랑스·덴마크·네덜란드·일본 등 7개 국가의 12개 기업이 전체의 65%(290억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한국의 종자 수출액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다. 종자원이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출입통계를 토대로 파악한 종자 수출 동향을 보면, 2018년 5229만7000달러에서 2019년 5852만달러, 2020년 5945만4000달러, 지난해 6091만4000달러로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세는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로 풀이된다. 종자강국 실현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학계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진행한 글로벌 종자 개발 연구개발 사업 ‘골든시드프로젝트’(GSP)가 대표적이다. 수출 전략 종자 개발 및 민간 종자 산업 기반 구축 등이 GSP의 주요 사업 내용이다. 특히 GSP 2단계(2017∼2021년)에선 수출 확대 및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했다. 당초 정부가 목표했던 수출액은 달성하지 못했으나, 국내 종자 산업의 기초를 다지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종자산업은 많은 투자와 오랜 연구가 필요한 지식기반 산업인 탓에 세계 종자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꾸준한 지원이 요구된다. 지난해 말 발표된 종자업 실태조사를 보면, 2020년 기준 영업이 이뤄지고 있는 1625개 종자 업체 중 종자 판매액 5억원 미만의 소규모 업체가 10곳 중 9곳(89.4%)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소규모(5∼15억원) 업체가 5.5%, 중규모(15∼40억원) 업체가 3.3%였으며, 대규모(40억원 이상) 업체는 1.8%에 불과했다. 유럽과 미국 등 고부가가치 시장으로의 진입을 위해선 고품질 종자 개발은 물론 종자 가공 처리 기술 등 기술력 확보도 더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물류비·원자재값 상승 부담… 검역 수준 조정도 필요”

최근 업계에선 물류비와 원자재값 상승 등에 따른 수출의 어려움도 호소하고 있다. 또 수출국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품종의 유전자원들을 국내로 들여와 연구개발에 활용해야 하는데, 현재 국내 검역 수준이 너무 높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종자협회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검역을 잘해야 하는 게 맞지만,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절충이 돼야 한다고 본다”면서 “업계에선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에서 (검역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종자 수출이 무·양배추·고추 등 대부분 채소종자 분야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지난해 전체 종자 수출액 중 96.5%(5877만2000달러)가 채소작물 종자 수출이었다.

정부는 종자 수출 촉진과 우수 종자 홍보를 위해 매년 국제종자박람회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10월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개최 예정이다. 참가 기업은 박람회에 마련된 전시관과 전시포 등을 통해 국내·외 바이어와 농업인에게 제품을 전시·판매할 수 있다. 수출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이용 가능하다.

조경규 국립종자원 종자산업지원과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곡물 위기 상황이 가중되는 시점에서 이번 종자 수출 활성화 방안 마련을 통해 종자산업이 농업의 새로운 미래전략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