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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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문자 폭탄’에 양념이라던 文, 고소·고발이라니 참 이율배반적”

文 전 대통령 내외, 대리인 통해 보수 단체 소속 회원 4명 고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평산마을의 평화를 지키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의무”
김기현 “대깨문 등이 朴·李 전 대통령에게 저지른 짓과는 비교도 못해”
김기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뉴시스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김기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펼쳐지는 시위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 등이 나서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주장을 겨냥해 “역지사지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지금 양산 사저 앞 상황은 과거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소위 문빠·대깨문·민주당 정치인들이 저지른 고약한 짓에 비견할 바가 되지 못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빠’와 ‘대깨문’은 문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를 뜻하는 표현이다.

 

김 위원장은 보수 성향 단체 시위에 “법과 상식의 범위 내에서 다른 주민들의 기본권을 해칠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문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입에서 ‘평산마을의 평화’ 운운하며 고소·고발전 펼치는 건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상황을 유발한 장본인은 문 전 대통령과 측근이라면서다.

 

앞서 문 전 대통령 내외는 대리인을 통해 지난달 31일 보수단체 소속 회원 4명의 고소장을 경남 양산경찰서에 제출했다. 피고소인들이 사저 앞에서 집회하는 동안 위법행위를 저질렀으며 이에 대한 처벌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고소 내용은 우선 욕설 및 허위사실의 반복적 유포로 인한 모욕 및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다. 살인 및 방화 협박, 집단적인 협박 등으로 공공 안녕에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를 개최한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도 있다. 경찰은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당에서는 박광온 의원이 “평산마을 시민으로 돌아간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욕설은 말로 옮길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이라며 SNS에서 언어폭력 규제 법의 도입을 검토할 때라고 적었고, 윤건영 의원을 비롯해 진성준·한병도 의원 등은 입장문에서 “평산마을의 평화를 지키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의무”라며 반대단체 집회 제재를 강력히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1일 오전 경남 양산시 양산경찰서를 방문해 한상철 서장에게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부근 집회와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양산=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문 정권 5년 동안 온갖 불법과 범법으로 법 위에 군림하며 피비린내 나는 정적 숙청을 자행해온 사람들이 그로 인해 회복되기 어려운 극심한 고통을 겪은 피해 국민의 울분 섞인 항의에 일말의 반성도 없이 도리어 악담을 퍼붓는다”며 “적반하장식으로 고소·고발을 운운한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후보이던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열성 지지자가 다른 후보에게 보낸 ‘문자 폭탄’에 ‘경쟁을 흥미롭게 하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말한 일도 끌어왔다. 그러면서 “상대 진영 인물이 막말 폭격을 받든 말든 자기 지지층만 보며 상처받은 사람에게 소금 뿌리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 친문 패권주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는지를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 같아 유감”이라며 “참 이율배반적”이라고 김 위원장은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나아가 “더 이상 분열과 증오의 정치로 국민 갈라치기를 하지 말고, 고통을 겪어온 국민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겸허히 양해를 구하는 게 어떨까 한다”는 말로 평산마을의 평화 이룩을 위한 문 전 대통령의 대응을 촉구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