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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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떨어진 투표율 왜? [6·1 국민의 선택]

대선 치른 유권자 관심 낮아져… “野 지지층 상당수 투표 포기”

4년전 지방선거보다 9.3%P ↓
전남 58.5% 최고, 광주가 최저
보궐선거 잠정 투표율은 55.6%

새정부 출범으로 관심 줄어들고
반성없는 민주, 지지층 이탈 감지
투표현황 점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1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종합상황실에서 한 선관위 관계자가 시도별 투표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과천=허정호 선임기자

뚝 떨어진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은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여야 모두에게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여야가 저마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투표를 포기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여당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게 됐다.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율은 이날 오후 9시 기준 50.9%로 잠정 집계됐다. 4년 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9.3%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지역은 전남(58.5%)이었다. 투표율이 가장 낮은 곳은 광주로 37.7%였다. 지역별 잠정 투표율은 서울 53.2%, 부산 49.1%, 대구 43.2%, 인천 48.9%, 대전 49.7%, 울산 52.3%, 세종 51.2%, 경기 50.6%, 강원 57.8%, 충북 50.6%, 충남 49.8%, 전북 48.7%, 경북 52.7%, 경남 53.4%, 제주 53.1%로 집계됐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잠정 투표율은 55.6%로 집계됐다.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안철수 후보가 출마해 큰 관심을 끈 인천 계양을과 경기 성남 분당갑 지역구 투표율은 각각 60.2%, 63.8%로 높게 나타났다. 이외 지역에서 보궐선거 잠정투표율은 대구 수성을 45.0%, 강원 원주갑 51.1%, 충남 보령서천 62.0%, 경남 창원의창 51.5%, 제주 제주을 55.5%로 집계됐다.

 

1995년 치러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율은 68.4%였다. 이후 1998년 52.7%, 2002년 48.9%로 계속해서 떨어진 투표율은 2006년 제4회 지방선거(51.6%)를 기점으로 2010년 54.5%, 2014년 56.8%, 2018년 60.2%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선 잠정 투표율이 50%를 가까스로 넘기며 직전 지방선거보다 투표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이 낮게 나타난 것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대통령 선거와의 연계성, 야권 지지자 이탈, 지방선거의 중앙정치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투표율 하락 원인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이번 선거가) 대선 후 3개월 만에 실시돼 상대적으로 유권자의 관심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민주당 지지자 상당수가 이번 선거에서 투표를 포기한 것으로 분석했다. 출범한 지 불과 22일밖에 되지 않은 새 정부에 동력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는 여당 지지자들의 경우 투표 이탈 요인이 많지 않다. 그러나 대선 패배 후 정치 효능감이 하락하며 아예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마저 감지됐던 야당 지지자들에게는 투표장으로 향할 동력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안정적인 승리를 예상한 여당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야권 지지자 이탈이 컸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낮은 투표율은 진보 지지자들이 회초리를 든 결과일 것”이라며 “민주당 지지자 상당수가 단순한 외면을 넘어 ‘차라리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맛봐야 당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부터 인사청문회 실책 등 민주당이 계속해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데 대해 지지자들이 ‘한 번 더 혼내줘야겠다’고 느껴 투표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2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홍은2동 제2투표소가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이번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대권주자급 후보들의 직접 등판으로 중앙정치 축소판이 된 점이 투표율 하락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조 교수는 “지방선거의 중앙정치화가 유권자들로 하여금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과거에는 지방선거에 지역에서 성장한 지역 맹주들이 주로 출마했다. 해당 지역 유권자들과 접점이 있고 알 만한 인물들이 출마했단 얘기”라며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대권주자급이나 당 대표급 후보들이 명분마저 떨어지는 지역에 속속 출마해 지방선거가 중앙정치화했다”고 말했다.

 

지지성향을 떠나 연이은 대형 정치 이벤트들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커져 투표율이 낮아졌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정치권은 대선 때의 에너지가 남아 있지만 국민들은 대선 때 정치적인 에너지를 소진했다”며 “이로 인해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