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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예정자들 한시름 놓았지만… 문화재보호법 위반 논란은 여전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입주 시작한 ‘왕릉뷰 아파트’
국가 지정 문화재·세계문화유산 등재된
김포 장릉 인근 들어선 9개동 735세대
문화재 경관 훼손 논란… 한때 공정 중단
경찰, 고발당한 건설사 대표들 檢 송치
사업 승인 관련 공무원 혐의는 불인정
문화재청선 “구청 사용검사 허가 유감”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단지에 입주 축하 글이 담긴 현수막이 지난달 31일 걸려 있다. 조선 장릉 인근 문화재 보존지역에서 허가 없이 건립돼 논란이 일었지만, 관할청인 서구청이 전날 사실상 입주를 승인하면서 이날부터 입주 절차를 시작했다.    인천=연합뉴스

‘임직원과 현장 관계자 여러분께 안전 시공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인천 서구 원당동 소재 검단신도시에 들어선 대광로제비앙 아파트(시공 대광건영) 입주가 시작된 지난달 31일 단지 주 출입구에 서니 이렇게 적힌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시선을 돌리니 ‘여러분의 입주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는 관리사무소 현수막도 보였다. 이사를 앞둔 예비 입주자 소유 차량도 이따금 단지를 드나들었다.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과 구청의 사용검사 허가… 우여곡절 끝 입주 시작

지하 2층~지상 20층의 9개 동에 735세대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대방건설(시공사 동일)과 제이에스글로벌(시공 금성백조)이 인근에 건설 중인 디에트르에듀포레힐과 예미지트리플에듀 단지와 함께 국가 지정 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기 김포 장릉(章陵)과 인천 계양산 사이에 들어서 있다. 문화재 경관을 해친다는 논란에 휩싸여 지난해 한때 공정이 중단된 바 있다.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의 무덤이며, 사적 20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 왕릉 40기에 포함된다.

앞서 문화재청은 장릉 주변 문화재 보존지역 내 건설됐다는 이유를 들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고, 이에 반발한 건설사들이 낸 집행정지 신청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관할청인 서구청이 지난달 30일 건설사인 대광이엔씨에 사용검사 확인증을 내주면서 입주가 시작됐으나 법원의 집행정지 신청 인용에 반발한 문화재청이 지난해 12월 재항고장을 제출하면서 앞으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다.

대광로제비앙 아파트 입주지원센터에 따르면 입주 첫날은 1세대만 이사를 마쳤다.

센터 측 관계자는 “내일과 모레에도 1~2세대씩 입주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검단신도시 예비 입주자들이 운영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용검사증을 받을 수 있게 해주신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글이 올라왔고, “입주 예정자분들 모두 고생하셨다”거나 “앞으로는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란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공사 중단 등으로 마음고생 심했던 예비 입주자들은 인제야 한시름 놓은 것처럼 보인다.

대광이엔씨는 지난달 예비 입주자들에게 배포한 안내문에서 “5월31일부터 9월14일까지 입주를 진행하게 됐다”며 “임직원은 안락한 주거시설이 되도록 입주 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회사가 될 것을 약속한다”며 “입주를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입주 행렬은 오는 7월쯤부터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건설사 대표들 검찰에 송치… 입주 시작에 문화재청은 ‘유감’ 표명

경찰은 이번 입주와 별도로 보존구역 내에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 대표들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해 적법성 논란은 수사기관의 심판을 받게 됐다. 다만 경찰은 아파트 사업 승인 관련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한 서구청 공무원의 혐의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불송치하기로 했다.

앞서 문화재청은 2019년부터 이들 건설사가 장릉 반경 500m 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높이 20m 이상 아파트를 지으면서도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며 지난해 9월 경찰에 고발했다. 문화재청은 2017년 1월 장릉 반경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은 개별 심의한다고 고시했었다.

문화재보호법 제13조는 지정문화재의 역사·예술·학문·경관적 가치 등을 고려해 외곽 경계에서 500m 내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지정한다고 규정한다. 또 문화재 특성 및 입지여건 등으로 지정문화재의 외곽 경계로부터 500m 밖에서 공사할 때 이 공사가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500m를 초과해 범위를 정할 수 있다.

건설사들은 검단신도시 사업 시행자인 인천도시공사가 2014년 김포시청에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했으며, 서구청의 주택사업 승인을 받았으므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해왔다. 경기도의 문화재 보호 조례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 및 세계유산은 주거지역에서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문화재의 외곽 경계로부터 200m 이내’로 지정해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아울러 문화재청이 뒤늦게 대응하면서 아무 잘못 없는 입주 예정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고도 주장했다.

서구청은 지난해 11월 “2014년 8월 당시 시행 사업자인 도시공사가 문화재보호법상 현상변경 등 허가를 완료했다”며 “‘무허가 아파트’라는 표현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문화재청에 반대하는 입장을 냈었다. 또 “허가가 완료된 사안에 2017년 ‘강화된 고시’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는 법치국가 원리와 소급효 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도 지적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서구청이 3개 단지의 사용검사 허가를 유보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 유감을 표하고, 법원의 판단에 따라 대응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