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연장전'이라 불려온 6·1 지방선거는 5년 만의 정권교체로 여당이 된 국민의힘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국민의힘은 광역자치단체장 17곳 기준으로 경기·전북·전남·광주·제주 등 5곳을 뺀 12곳을 차지하면서 전국 정치 지도를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물들였다.
민주당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기준 '14대 3'(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당선된 제주도 포함)의 성적을 거두며 압승한 지 불과 4년 만에 지방 권력이 전면 재편된 것이다.
이같은 성적표는 지난달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 집권 초반 힘을 실어주려는 여론과 함께,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도 선거 직전까지 내부 갈등상을 노출해 온 민주당에 대한 싸늘한 민심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심의 무게추가 견제론 보다는 안정론으로 기운 것이다.
다만 최대 승부처이자 승패의 바로미터로 꼽혔던 경기지사 선거가 막판 대역전 드라마로 민주당 승리로 귀결되면서, 국민의힘 '압승'의 의미가 일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대 광역단체인 경기도를 민주당이 차지한 것을 두고 민심이 야당에 최소한의 견제 동력을 살려준 것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바닥 표심이 야당을 완전히 무력화할 만큼의 지방권력을 여당에 몰아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9일 대선에 이어 84일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까지 크게 이기면서 중앙에 이어 지방까지 권력 교체를 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궤멸하다시피 했던 보수 정당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전국 단위 대형 선거에서 내리 4연패를 당했던 것을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 '연승 행진'으로 끊어냈다는 의미도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진 이번 선거 결과는 민심이 윤석열 정권 출범 초기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서 여당이 들고나온 '안정론'에 손을 들어준 결과로 풀이된다. 거꾸로 말하면 아직 출범 한 달도 안 된 새 정부에 대해서 민주당이 꺼내든 '견제론'이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강행,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안 및 소상공인 손실보상 추가경정예산 처리 지연 등의 과정에서 보여준 의석수 167석의 '거야' 민주당의 행보가 '독주 내지 발목잡기' 프레임에 갇히면서 야권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선거는 새 정부 출범 후 역대 최단기간에 치러졌다. 새 정권에 대한 '허니문' 기간이었던 만큼, 기본적으로 여권에 유리한 지형이 형성돼 있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이른바 윤 대통령 취임에 따른 '컨벤션 효과'가 여권에 '프리미엄'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3주간 청와대 개방 및 한미정상회담 개최, 여권의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 총출동 등의 '빅 이벤트'로 정국 이슈를 주도해왔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내각·참모 인선 등과 관련해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정권 심판 등을 말하기엔 이른 시기라는 시선이 많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가 늘어난 반면 부정 평가가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이 여권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 기간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 역시 민주당과 10%포인트가 넘는 격차를 유지하며 고공행진을 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박완주 의원의 성 비위 의혹 등 돌발 악재가 터져 나왔고, 선거 막판 윤호중·박지현 공동선대위원장의 내부 갈등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며 내내 고전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견제를 위해 최소한의 균형은 맞춰 달라며 '읍소' 전략을 폈으나, 경기도만 간신히 지켜냈다.
정부·여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토대로 국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새 정부 국정과제 추진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대선에서 역대 최소 격차인 0.73%포인트로 신승한 한계를 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할 동력을 일정부분 확보하면서다.
대표적으로 여성가족부 폐지 등 민감한 쟁점이 있어 지방선거 뒤로 미뤄뒀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비롯해 야당과 충돌이 예상되는 노동개혁·연금개혁·교육개혁 등 국정 과제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번에 지방선거뿐 아니라 7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인천 계양을과 제주 제주을 2곳을 뺀 5곳을 확보하면서 의석수가 109석에서 114석으로 늘어났다. 여소야대의 불리한 국회 지형 극복엔 역부족이지만, 새 정부 초반 국정 동력을 더 키워갈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장직 때문에 꽉 막혀 있던 '하반기 국회 원(院) 구성 협상'에서도 수적 열세를 딛고 더 큰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여당이 여소야대 한계를 극복하고 국정 과제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거대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만큼 민주당을 향해 '협치'의 손길을 계속 내밀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여권과 야권에서의 역학관계 변화도 예상된다.
우선 여당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권성동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친윤(친윤석열) 그룹의 구심점이 강화되고, 당정 관계에 있어서도 '단일대오'가 강하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준석 대표는 내년 6월까지 임기를 채우며 당 개혁 작업을 계속해 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선거 후 재개될 당 윤리위 심사에서 '성 상납' 의혹 관련 징계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의 경우는 선거 패배 책임론 논쟁에 휘말리며 후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 윤호중·박지현호 비대위 체제는 2일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결의했다.
오는 8월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새 지도부는 의원총회와 당무위, 중앙위를 거쳐 구성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새 지도부가 들어서기까지 민주당 내에서 치열한 당권 투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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