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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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의약품 동난 北… “솔잎 삶아 마셔라”

소금물 가글 등 주민에 민간요법 권고
김정은 약국 시찰 선전하며 실상 왜곡
지역 봉쇄로 주민들 아사 위기 몰리기도
지난 1일 의약품 공급을 위해 수도의 약국들에 투입된 인민군들이 사람들에게 약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솔잎을 삶은 물을 마셔라.”

 

의약품 부족을 겪는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으로 이 같은 민간요법을 권고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는 북한에 거주 중인 가족과 연락을 주고받는 탈북자 김모씨 증언을 통해 북한 주민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전했다. 김씨는 BBC에 “(확진된) 사람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약을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아무도 열을 내릴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수입되던 의약품은 국경 봉쇄로 동이 났다. 2001년부터 북한에서 의료지원을 해온 나기 샤피크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북한 조사관은 “가장 최근에 방문한 2019년부터 약은 이미 구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북한 방역 당국은 이런 상황에서 주민에게 소금물 가글, 솔잎 삶은 물 마시기 등 민간요법을 권하는 상황이다.

 

또 당국이 지역을 봉쇄하면서 주민은 식량을 구하지 못해 아사 직전에 몰리고 있다. 한 북한 전문매체 관계자는 BBC에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10일간 봉쇄 조치를 내렸던 (두만강 인근의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12명이 영양실조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고 했다.

 

북한은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군대가 의약품을 수송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시의 약국을 시찰하는 모습을 선전하며 실상을 왜곡하고 있다. BBC는 “(북한 매체는) 잘 갖춰진 약국 모습을 내보냈지만, 주민은 심각한 약품 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