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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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 탄 차 추락해 동생만 숨져… 친오빠 잠적, 오빠 동거녀 구속

뇌종양 앓아 운전할 수 없는 여동생
운전석 태운 후 차 조작… 숨지게 해
해경, 보험사기 가능성 두고 수사 진행
지난 5월 3일 부산 기장군 동백항에서 발생한 차량 추락사고 현장에서 해경과 소방 구조대원이 운전자를 구조하고 있는 모습.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 달 3일 부산 기장군 한 어촌마을에서 40대 남매가 탄 차량이 바다에 추락해 여동생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친오빠의 동거녀가 살인공모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건 유력한 용의자인 친오빠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해경과 경찰이 행방을 쫓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울산해양경찰서는 친오빠 A씨와 동거녀 B씨에 대해 전날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법원이 B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3일 밝혔다.

 

해경은 지난 달 31일 A씨, B씨에 대해 각각 살인‧보험사기, 살인공모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뇌종양을 앓아 운전할 수 없는 여동생을 차량 운전석에 태운 후 자신은 조수석에 앉아 차량을 조작해 바다에 추락하게 만들어 여동생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차량이 바다에 빠진 뒤 A씨는 스스로 탈출했지만 여동생은 숨졌다.

 

해경은 현장 주변에 있던 폐쇄회로(CC)TV를 토대로 조수석에 탄 A씨가 몸을 운전석 쪽으로 기울여 차량을 조작했다고 보고 차량 실험을 통해 이런 행동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 CCTV를 통해 A씨가 사건 전날 현장을 찾아 조수석에서 차량을 움직이는 방법을 미리 연습하는 모습도 확인했다.

 

사건 당일에는 A씨가 차에 타기 전에 휴대전화 등 짐을 차량 밖에 놓아두는 장면도 포착됐다.

 

해경은 A씨 진술이 바뀌는 점, 사건 전 5000만원이던 여동생 명의 보험금이 5억원으로 오른 점, 법정 상속인이 A씨로 변경된 점 등 의심스러운 정황을 발견, 보험사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사진=뉴시스

A씨는 자살 방조와 보험사기 관련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해경은 여동생이 탔던 차량 명의가 B씨였던 점을 확인했다. 또 휴대전화 분석을 통해 B씨가 범행 전 A씨와 함께 범행 장소를 물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정황을 토대로 해경은 B씨가 A씨와 함께 이번 사건을 공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B씨만 나왔다. A씨는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해경은 수사망이 좁혀지자 A씨가 잠적했을 것으로 보고 소재를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울산해경 관계자는 “A씨가 어제(2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을 안했다. B씨만 출석해 구속됐다. 지금 A씨 휴대전화도 꺼져 있는 상태로 부산경찰과 공조해 소재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경은 이 사고 이전에도 부산에서 A씨 가족에게 유사 차량 추락사고 2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 사건 관련 서류 등을 부산경찰로부터 넘겨받아 보험사기 등 범죄와 연관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18일 오후 7시 30분쯤 부산 강서구 둔치도 인근에서 A씨 남매가 탄 차량이 바다에 빠졌다. 차량 앞부분만 물에 빠져 인명피해는 없었고, 보험금 1200여만원이 책정됐으나 차량 압류로 보험금을 받지는 못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7월15일 부산 강서구 서낙동강 강둑길에서는 70대인 A씨 아버지가 탄 차량이 경사로에 미끄러져 강으로 추락했다.

 

A씨는 아버지와 인근에서 낚시하고 헤어진 후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실종 신고를 했고, 119구조대가 주변을 수색해 강바닥에 가라앉은 차량에서 숨진 A씨 아버지를 발견했다.

 

이후 A씨 아버지가 가입한 보험사에서 사망보험금이 나와 A씨 등 자녀들에게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강승우 기자 ks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