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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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밀밭과 은하수를 볼 수 있는 농촌 ‘맹개마을’… 안동 밀소주와 유기농 밀쿠키는 덤

경북 안동 도산면에 있는 맹개마을에서는 푸르른 밀밭을 볼 수 있다. 명욱 교수 제공

‘안동’하면 흔히 ‘하회탈’이나 ‘안동소주’를 떠올린다. 하지만 안동에는 이들만 있는 게 아니다. 안동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 등이 있다. 특히 최근 사람들 사이 입소문을 타고 새로운 장소가 급히 떠오르고 있다. 바로 ‘맹개마을’이다.

 

강을 건너 들어가는 산속 마을은 이곳은 각박했던 도심을 떠나 마치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을 준다. 더불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 전환)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코로나19에 걸릴지 두렵다. 맹개마을에서만은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에서는 완전히 해방될 수 있다. 오롯이 우리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주류전문가이자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인 명욱과 함께 방문한 맹개마을은 이러한 것들을 실감하게 했다.

 

경북 안동 도산면에 있는 맹개마을을 가기 위해서는 낙동강을 건너야 한다. 이 낙동강은 다행히 하류가 아닌 상류여서 폭이 넓지는 않았다. 수심도 최근 계속되는 가뭄으로 깊지 않았다. 그렇다고 걸어서 강을 건너기에는 신발이 젖을 수 있다. 또 평시에는 무릎 높이로 수심이 깊어지기 때문에 직접 건너는 건 위험하다. 

 

이에 맹개마을에서는 특별한 이동 수단을 준비했다. 트랙터에 화물칸을 연결해 마을을 찾는 사람들을 태워 강을 건너는 것. 농가에서 자라거나 나이가 있는 중장년층을 제외하고 트랙터는 생소할 수 있다. 그런 트랙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것 자체만 해도 이색 체험이 된다.

 

경북 안동 도산면에 있는 맹개마을에서는 푸르른 밀밭을 볼 수 있다. 명욱 교수 제공

트랙터를 타고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푸르른 들판이다. 들판에는 짙은 녹색 농작물이 가득 심어져 있다. 농작물 모양새나 심어져있는 모습이 벼를 닮았다. 하지만 벼라면 응당 있어야 하는 물이 없다. 메마른 땅에 심어져 있다. 바로 ‘밀’이다.

 

맹개마을 촌장이자 이곳을 만든 박성호 맹개술도가 이사는 “맹개마을은 원래 밀밭으로 유명했던 곳으로 15핵타르에 밀이 심어져 키워지고 있다”며 “이달 말에 황금색으로 물든 밀밭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은 맹개마을을 대표하는 농작물로, 맹개마을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밀로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있다. 유기농법으로 키운 밀을 수확해 그대로 팔기도 하며, 이를 가공해 유기농 밀가루로 판매한다. 맹개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는 밀로 쿠키를 만드는 체험도 하고 있다.

 

맹개마을에 있는 맹개술도가에서 빚은 밀소주인 ‘안동 진맥소주’. 명욱 교수 제공

하지만 뭐니 해도 최고의 상품은 술. 바로 ‘안동 진맥소주’다. 안동 진맥소주는 3년 전 맹개술도가에서 첫 선을 보인 증류주다. 런던주류품평회(LSC)에서 금상과 은상을, 샌프란시스코 세계주류품평회(SFWSC)에서 더블골드와 골드를 수상한 바 있다. 맹개마을에서 직접 키운 밀을 3단 담금 발효 후 상압 증류 방식으로 빚는다.

 

맹개마을에 오면 이 술을 빚는 방법을 설명들을 수 있다. 그리고 술이 숙성돼 있는 저장고 등도 구경할 수 있다. 게다가 안동 진맥소주의 원주가 되는 밀을 발효한 원액을 직접 증류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 원액 자체만으로도 술이 될 수 있다. 맛과 식감은 막걸리와 비슷하다. 다만 시큼한 맛이 강해 이대로 마시기는 다소 힘들다. 관광객들은 이 원액을 간이 증류기를 이용해 나만의 증류주를 만들 수 있다. 증류해서 바로 나온 술이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는 50도 전후. 그렇지만 맛과 향은 풍부하다. 

 

명욱 교수는 “안동 지방에서 만들어진 소주로, 이례적으로 밀맥주의 시트러스함을 느낄 수 있는 소주”라고 안동 진맥소주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증류란 것은 이슬람의 연금술에서 시작한 것”이라며 “맹개마을에서는 단순히 술을 보고 맛보는 데 그치지 않고 만드는 경험과 학습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체험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밀 쿠키 만들기와 증류주 내리기. 이것만 하기고 돌아가기에는 아쉽다. 맹개마을에서는 특별한 밤도 보낼 수 있다. 강을 건너야 맹개마을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맹개마을 인근에서 인적을 발견하기 힘들다. 자연 속에 맹개마을이 ‘툭’하고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그도 그럴 것이 맹개마을 앞으로는 강이, 강을 제외한 부분은 모두 나무와 산이 둘러싸있다.

 

맹개마을에서 바라본 은하수. 대학생칵테일연합 코콕 송우혁 제공

밤이 되면 이러한 모습을 더욱 실감하게 한다. 맹개마을에 있는 집과 조형물 등에서 나오는 불빛을 모두 끄면 마을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긴다. 짙은 어둠에 두려움이 느껴지지만, 10분 정도 지나면 달라진다. 밤하늘에 빼곡히 들어찬 별들을 보고나면 ‘와’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운이 좋아 달과 구름이 없는 날에 맹개마을을 방문했다면 은하수까지 볼 수 있다. 

 

박 이사는 “맹개마을에 있다보면 별들을 자주 보다보니 이제는 감흥이 많이 없을 정도”라며 “하지만 도심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다. 특히 도심에서 자라 별들을 많이 못 봤던 아이들에게는 맹개마을의 밤이 더욱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안동시와 안동농촌체험관광협의회는 맹개마을을 비롯해 안동에 있는 농촌마을의 농촌체험프로그램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이선우 안동시 농촌활력과 과장은 “안동에는 휴양 마을이 많이 있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농촌 관광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며 “내년에도 지역의 주요한 자원들과 농촌 휴향마을을 연계하여 어린이들과 어른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