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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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BTS 뮤비 틀었다

79세 고령에 노트북 조작해 음악·영상 재생
"난 여러분에 고마움 느끼는 일개 대통령"
겸손한 자세에 감동받은 BTS 멤버들 "와우"
‘인도계 흑인’ 해리스 부통령과도 별도 면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BTS에게 “난 여러분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일개 대통령일 뿐”이라고 말하는 장면. SNS 캡처

“여러분이 하는 일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난 여러분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일개 대통령(one President)일 뿐이에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찾은 방탄소년단(BTS) 앞에서 자신을 극도로 낮추며 ‘스타 가수로서 전 세계에 선한 영향력(posive impact)을 계속 행사하달라’는 취지의 주문을 했다. 이에 BTS 일부 멤버는 감동했다는 듯 가슴 위에 손을 얹었으며, 리더에 해당하는 RM는 “엄마한테 자랑해야지”라고 농담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달 31일 BTS의 백악관 방문 당시 촬영된 화면을 편집한 4분51초 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백악관 브리핑룸에서의 기자회견 등 이미 공개된 것도 있지만 그간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내용도 있어 눈길을 끈다. 게시한지 3시간도 채 안 돼 영상 조회수가 100만회를 훌쩍 넘었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BTS가 집무실(오벌오피스)에 들어서자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노트북 컴퓨터를 조작해 BTS의 뮤직비디오를 재생한 뒤 이를 BTS에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80세를 바라보는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분이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느끼도록 준비했다”며 음악을 틀었다. 근엄한 분위기의 대통령 집무실에 BTS의 신나는 노래가 울려퍼졌다. 깜짝 놀라 손뼉을 치거나 의자에서 일어나 율동을 선보이는 BTS 멤버들을 향해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분은 이런 거 잘 하잖아요, 안 그래(You guys are good at this, huh)?”라고 말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79세 고령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집무실의 노트북 컴퓨터를 조작해 BTS 뮤직비디오를 재생하는 모습, 음악과 화면이 제대로 나오자 자랑스럽다는 제스처를 하는 바이든 대통령, 이를 보고 웃고 손뼉을 치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율동을 하는 BTS 멤버들. SNS 캡처

BTS도 바이든 대통령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백악관으로부터 초청을 받은 직후 흥분한 멤버들의 들뜬 기분을 설명하던 RM이 “저희끼리 ‘바로 이거야, 왜 안 되겠어, 우린 (워싱턴) DC로 가야만 해, 가서 대통령님을 만나야 해’라고 외쳤다”고 소개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기분이 좋아진 듯 밝게 웃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반(反)아시아계 차별 및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 등 근절 필요성을 강조하던 중 자신의 젊은 시절 얘기를 들려줬다. 1960∼1970년대 미국에선 시민권(civil righs) 신장을 위한 운동이 한창이었는데 그 당시에도 유명한 예술가들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BTS 멤버들을 향해 “결코 여러분이 하는 일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어 “여러분의 위대한 재능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대중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정말 중요하다”면서 “난 여러분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일개 대통령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BTS의 ‘선한 영향력’과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한테 격려를 들은 직후 RM이 “나 이거 엄마한테 자랑해야지”라고 말하는 모습. SNS 캡처

BTS 멤버들은 크게 감동한 모습이었다. 다들 “와우”라고 외쳤고 일부는 손을 들어 가슴 위에 얹었다. ‘대통령님의 진심이 느껴진다’는 의미의 제스처다. RM은 “나 이거 엄마한테 자랑해야지(I have to tell my mom)”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는 해리 해리스 부통령이 BTS와 따로 만나는 장면도 담겼다. 인도계 흑인인 해리스 부통령은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부통령이자 아시아계 부통령이기도 하다. 해리스 부통령은 “증오와 편견은 사람들을 두렵고 외롭게 만드는 게 목표”라며 “여러분이 증오나 편견 탓에 고통받는 이들과 대화할 때 꼭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라고 상기시켜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