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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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정치를 되살릴 때다

지선서 野 지지층 이탈 ‘엄중 경고’
여권, 민생 등 국정현안 집중해야
원구성 협상이 정치복원 첫 단계
지금은 정당혁신·협치의 시간

더불어민주당이 연전연패했다. 3·9 대선에서 패해 정권을 내주고 야당이 된 데 이어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지방선거에서 대선 연장전 구도를 만들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정신 승리’ 프레임에 갇힌 데다 당의 가치와 정책이 실종됐고 후보 공천도 부실했다. 지지층은 당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였다. 민주당이 위기에 몰렸는데도 텃밭에서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들이 많았다. 투표율이 50.9%로 역대 지방선거에서 두 번째로 낮았고, 민주당 아성인 광주는 37.7%로 전국 최저이자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엄중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에 비상이 걸렸다.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2일 총사퇴했고 이튿날 열린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 회의에서 이번 주 내로 ‘혁신형 비대위’를 꾸리고 예정대로 8월에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했다. 하지만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당 대표가 2년 뒤 총선 공천권을 좌우할 것이기에 당권을 둘러싼 파열음이 점점 커진다. 친문재인계가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하자 친이재명계는 ‘이재명 죽이기’라고 반발한다. 나아가 친이재명계는 전당대회 조기 개최와 전당대회의 권리당원·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 조정을 요구한다.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무리하게 출마해 가까스로 당선된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대다수의 민의와 동떨어진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박완규 논설위원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낡은 깃발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당 체질을 합리적으로 바꾸는 근본적 쇄신을 단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당 안팎에서는 내전 양상으로 비화돼 결국 분당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연승을 거뒀음에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22일 만에 실시된 지방선거는 여당이 지려야 질 수 없는 선거였다. 결국 국민의힘이 곳곳에서 지방권력을 키웠지만, 2년 후 총선까지는 국회에서 소수 여당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검사 출신의 과도한 중용으로 권력의 무게 추가 검찰 쪽으로 옮겨 가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우려를 낳는다.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정부가 정치보다 법치를 우선시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다간 여야 협치를 통한 정치 활성화는 난망하다. 차기 총선 때까지 전국 단위 선거가 없어 국정 현안들을 풀어나갈 적기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런 기회를 놓칠 판국이다.

정치학자 김영민은 저서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에서 “투표는 인간이 정치적 인간으로 변신했던 그 위대한 상상을 되살리는 축제”라고 규정한다.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다가, 결국 기표소까지 나온 공화정 시민들의 복잡한 표정. 유권자들의 그 표정이 정치권의 다음 춤판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을 보면 유권자들의 어두운 표정을 제대로 읽었는지 의문이 든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냥 사는 인생이나 마냥 권력을 쥐려는 정치가 아니라 반성된 삶과 숙고된 정치”라고 했다. “타인과 더불어 사는 데 정치가 있다. 욕심과 질투와 배척을 넘어서 타인과 공존을 모색하는 데서 정치는 시작한다”는 것이다.

여야는 지금이야말로 정치를 되살리는 데 전념해야 한다. 어떤 국면에서든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관행을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국회 공백 사태를 끝내기 위한 후반기 원구성 협상을 정치 복원의 첫 단계로 삼아야 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어느 당이 차지할지가 관건이다.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협치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에너지·곡물 가격 폭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기에서 민생 현안에 집중할 수 있다. 정치권이 진영논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계속 의미 없는 싸움질만 하다간 국민의 버림을 받을 것이다. 지금은 정당 혁신과 협치의 시간이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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