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화물연대가 16개 지역본부별로 총파업 출정식을 연 이후 전국 물류 중심지들의 통행 차량은 크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국내 물류의 핵심 기지 역할을 해온 부산항을 필두로 전국 곳곳에서 물류 동맥이 타격을 받은 것이다.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7일 오전 10시 부산항 신항 삼거리에서 770여명의 조합원과 550여대의 화물트럭이 도로 일부를 점거한 채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부산 신항을 비롯한 부산항 전체에는 비상이 걸렸다. 시간당 1000대 이상의 컨테이너 차량이 드나들던 부산항 신항 컨테이너터미널은 통행 차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안전운임제 적용을 받는 컨테이너 차량의 경우 상대적으로 화물연대 노조 가입 비중이 높은 데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트럭 기사들도 안전운임제로 인한 노조의 눈치를 보며 소극적이나마 파업에 동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울산지부도 울산 신항 앞에서 150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가운데 출정식을 열었다. 출정식에 이어 정일컨테이너 부두와 울산석유화학단지 정문 등 총 6곳으로 나뉘어 집회를 이어갔다. 대규모 시멘트단지가 집결된 충북은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앞에서 출정식을 열었다. 시멘트 화물차의 경우 안전운임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조합원 동참률이 높았다. 이날 집회에는 벌크트일러(BCT)와 화물트럭 등 차량 100대가 동원됐고, 당장 한일시멘트와 성신양회 소속 화물차 운송이 중단돼 철도를 통한 운송만 이뤄지고 있다.
인천에서는 조합원과 함께 화물차 400여대가 일대 도로변에 길게 늘어서면서 하루 평균 1200∼1300대의 화물차가 출입하던 인천항의 물자 운송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남에서도 이날 오전 거제 삼성중공업 앞에서 80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가운데 출정식을 열었다. 이번 파업으로 조선소가 집적된 거제지역 물류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원에서는 50여명의 조합원이 이날 오전 영월군 한일현대시멘트공장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출정식 이후 영월군 한일현대시멘트와 강릉시 옥계한라시멘트, 동해시 쌍용C&E 동해공장으로 이동해 집회를 이어갔다.
화물연대의 파업 현실화에 일부 물량들은 방향을 잃고 방치됐다. 경북 포항항과 전북 군산항엔 철근과 펄프, 곡물원료 등이 평소보다 오래 바닥에 놓여있기도 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하루 물동량 약 4만9000t 가운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약 3000t의 출하가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지역 항만공사들은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전날 오후부터 비상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화물연대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부산항 주요시설 보호 및 원활한 항만 운영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환적화물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 항만 내 부두를 연결하는 내부 통로를 상시 개방하기로 했다. 또 이날 화물연대 파업으로 평소 70%인 부산항 화물 장치율이 74%로 소폭 늘어나면서 신항 5곳과 북항 2곳 등 항만 터미널 부근에 임시 장치장 7곳을 확보해 둔 상태다.
인천항만공사는 물류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항 배후단지 등에 임시 컨테이너 장치장을 추가로 확보했다. 여수광양항만공사 측은 항만 내부에 예비 장치장을 확보하고, 육상 수송을 위해 군과 협의하고 있다. 광양항의 화물 장치율은 61% 수준이어서 당장 수입이나 환적물량 처리에는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화물연대가 주요 지점에서 거점투쟁을 하게 될 경우엔 일부 항만에서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울산경찰청은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화물연대 노조원 4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10분쯤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단지에서 집회 중이던 화물연대 노조원 200명이 3문 밖으로 나가려던 화물차 1대를 막으면서 도로를 점거했다. 대치 과정에서 도로를 막고 경찰을 밀친 노조원 1명이 체포됐다. 오후 2시40분쯤에는 남구 석유화학단지 4문 앞 왕복 4차로를 화물연대 노조원 200여명이 막고 경찰과 대치했다. 대치 과정에서 다친 경찰관 4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경찰을 밀친 노조원 3명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