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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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레미콘사, 시멘트 재고 2∼3일… 건설현장도 피해 우려 [화물연대 총파업]

철강도 출하 중단… 업계 전전긍긍
기업 생산 조절·대체 수송라인 마련
하이트 “생산·출고 능력 59% 그쳐”
7일 오후 경기 안양시의 한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시멘트 가루를 운반하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들이 운행을 멈춰 시멘트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BCT 차량의 경우 절반가량이 화물연대에 소속돼있어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건설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1

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공식 행동에 들어가면서 국내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가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화물연대 차량이 진입로를 막으면서 수도권으로 시멘트를 공급하는 경기 의왕(부곡) 유통기지에서 이날 오전부터 시멘트 운송이 중단된 상태다.

유진기업·삼표 등 수도권 주요 레미콘사들은 자체 저장소를 통해 확보한 시멘트 재고가 1∼2일, 길어야 2∼3일 정도에 불과하다. 레미콘 업계는 가뜩이나 최근 시멘트 대란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유통마저 막히면서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한 레미콘사 관계자는 “별도의 저장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영세 레미콘사들은 당장의 생산 차질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고 우려했다.

시멘트 출하 중단에 레미콘사들도 줄줄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고, 다음 차례는 건설업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2∼3일만 계속되어도 수도권 상당수 건설현장에서 피해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다른 악재가 겹쳐 전국 현장이 공통적으로 고작 며칠분 정도의 레미콘만 확보한 상태로 운영하고 있다”며 “이르면 3일 안에 재료가 떨어지는 건설현장이 수두룩할 것”이라고 말했다.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괴동동 포스코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포항지역본부 조합원들이 총파업(운송 거부) 출정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철강업계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이번 파업으로 하루 물동량 4만9000t 중 약 2만t 규모의 출하가 지연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루 9000t을 생산하는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이날부터 출하가 전면 중단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체들은 아직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내부적으로 대책을 고심 중이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부품 수급과 공장 가동, 완제품 출하 등에서 단계적으로 차질이 올 수 있어서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미 예고된 파업이라 당장 제품을 운송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파업이 길어지면 방법이 없다”고 했다.

화물연대 차원의 총파업에 앞서 최근 일부 화물차주가 먼저 파업에 들어가 제품 생산과 출고에 차질을 빚어온 하이트진로는 “파업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중”이라고 전했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후 경기 이천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뉴스1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공장의 화물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명은 지난 3월 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파업에 돌입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제품을 생산해도 출고가 어려워 재고가 계속 쌓이는 상황” 이라며 “생산·출고 역량이 평소의 59 수준이고, 운송이 어려우니 일부 도매상들은 직접 공장에 와서 물건을 싣고 가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