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 모두가 첨단산업 생태계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어떻게 구성됐는지를 알아야 한다”며 전 부처 장관을 대상으로 이례적인 ‘반도체 특강’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이끌어갈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주무 부처인 교육부를 콕 집어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의 화두는 반도체였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지낸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장관들을 대상으로 ‘반도체의 이해 및 전략적 가치’란 주제로 20분가량 특강을 했다. 국무회의에서 특강이 진행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 장관은 설명을 돕기 위해 과거 연구실에서 직접 사용하던 반도체 웨이퍼와 포토마스크도 들고 나왔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특강이 끝난 뒤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날 브리핑에서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오늘 강연은 사실 쉬운 것이었는데, 각자 더 공부해 수준을 높이라”며 “과외 선생을 붙여서라도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무회의는 ‘첨단 미래산업 발전’이라는 윤석열정부 초반의 국정운영 비전을 사실상 제시하는 자리였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윤 대통령은 교육부를 향해선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인재 공급”이라며 “(대한민국이) 첨단산업을 이끌려면 지금의 교육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잠재성장력 제고를 위해선 인재 양성이 가장 중요하고, 교육부가 대대적으로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방한 직후 경기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것을 두고 “안보 전략적 차원에서 미국이 대한민국을 포기 못 한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플랫폼 사업 종사자에 대해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통과된 110개 법도 공포됐다. 개정 법은 배달 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일하다가 다치거나 숨진 경우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제주·세종에 이어 강원도에 국내 세 번째로 특별자치시·도 지위를 부여하는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이 이날 공포됨에 따라 내년 6월 강원특별자치도도 출범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