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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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수출 잘해도 ‘마이너스 성장’… 빚투·영끌족 패닉

韓경제 스태그플레이션 먹구름

5월 수출액 역대 최고치 찍고도
무역수지 두달 연속 적자 기록
산업硏 “올 158억弗 무역적자”

우크라發 원자재가 폭등 장기화
美·日 등 제조업 수출국 직격탄
금리 상승 땐 가계부채 시한폭탄

추경호 “노동·금융 등 5대 분야
고강도 구조개혁·규제 혁신 시급”
사진=연합뉴스

2년이 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끝자락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겹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물가는 올라가는 반면, 성장률은 뒷걸음치는 상황이 좀처럼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0%로 각각 제시했다. 올해 2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그대로 3.0%를 유지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1.1%포인트 뛰었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3%대에 진입했다며 놀라는 것도 잠시,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5%로 뛰었다. 1.4%포인트가 추가로 뛰며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대(2.7%)로 내려앉았다.

이러한 가운데 한은이 이날 발표한 ‘2022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를 기록하며 당초 예상보다 0.1%포인트 후퇴했다. 5월을 시작으로 6월, 7월까지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기도 하다.

한은과 정부는 수출 호조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소비 증가 등을 들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더는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시장은 좀처럼 우려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당장 세계 GDP 성장률이 큰 폭으로 꺾이면서 우리나라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로 대표되던 가계대출 증가는 금리 인상 시기로 접어들며 고스란히 부담으로 바뀌었고,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진 가운데 부동산 하락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수출이 타격받을 경우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또 다른 가계 수입·지출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당초 일시적인 요인으로 꼽히던 우크라이나 사태는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며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공급망 차질 등의 상황도 함께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제조업 수출국들의 무역 성적표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4월 -25억달러, 5월 -17억달러로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5월 수출액(615억달러)은 5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이자 월별로는 역대 2위 실적이다. 그러나 수입액(632억달러)이 1년 전보다 32% 급증하며 수출액을 뛰어넘으면서 빛이 바랬다. 지난해 8월부터 무역수지 적자행진을 이어 온 일본과 올해 3월 무역적자가 1098억달러를 기록하며 처음 1000억달러를 넘어선 미국, 올해 1분기 무역흑자 규모가 20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토막 난 독일 등 다른 주요 수출국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따라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2022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정부 전망치(3.1%)보다 낮은 2.6%로 예상했다. 또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가 지난해보다 크게 낮아져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싱크탱크인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또한 △중국의 성장 둔화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의 통화 긴축 △일본 엔저 장기화 등 4대 위험 요인을 근거로 우리나라의 하반기 수출이 불안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가 연간 158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의 적자가 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연구기관 등 경제정책 전문가 간담회에서 “과감한 정책기조 전환과 강도 높은 구조개혁 없이는 잠재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고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이어 “앞으로 총요소생산성 향상에 결정적인 5대 부분(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의 구조개혁과 과감한 규제혁신을 통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