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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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울시 캠퍼스타운, 청년 취·창업 사다리 되길

서울시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은 2017년 고려대학교가 소재한 성북구 안암동 일대가 시범사업지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경제, 문화, 주거환경 등 지역사회 현안 해결에 대학이 가진 자원을 활용한다는 기획에서 출발한 본 사업은 출범 이듬해인 2018년에 사업 대상지가 14개로 확대됐다.

 

대학이 캠퍼스타운 사업에 참여한 후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대학생들을 포함한 청년들이 학교 인근에 모여 창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학을 중심으로 새롭게 유입된 창업가들은 지역의 환경을 바꿔나갔다. 창업자들이 속해 있는 지역사회의 문화, 주거 환경이 함께 변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과 청년문제 해결에 실마리가 되기 시작했다. 2022년 기준 33개 대학이 캠퍼스타운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대학 캠퍼스 주변에서 창업 활동을 시작한 신진 사업팀이 1300개를 넘어섰으며, 이들은 작년 한 해 806억원의 투자유치와 904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대학 인근 지역경제의 근간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서울시 캠퍼스타운 정책협의회장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은 대학의 인재들이 창업 시장에 진출하도록 지원하는 가교 역할과 함께 지역 내 창업 공간 확장에도 주력하고 있다. 대학 주변에 조성되는 창업 시설은 창업 인력들이 지역에 정착해 지역경제의 활력소 역할을 하는 터전이 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와 각 대학이 협력해 조성한 창업 공간은 115개소(706실)다. 창업팀과 고용인력들은 이렇게 마련된 실물 공간에 상주하며 창업 소득을 통한 관할 자치구의 세수 증대는 물론 일과시간 동안 소비생활로 골목상권 활성화와 같은 긍정적인 연쇄 효과를 만들고 있다. 사업에 참여한 대학들은 학교법인 사택을 창업 공간으로 무상임차하거나 일부 공간을 거점시설부지로 제공하는 등 성공적인 사업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협업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도 드러났다. 대학의 참여로 대학, 연구단지, 산업시설 간 협력을 통해 지식산업분야의 시너지 창출에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었으나, 도시재생에 모태를 두고 시작하다 보니 실무적으로 민·관·산·학 간 유기적 연계성이 다소 미흡했고 창업 인재 육성에 특화돼 있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와 캠퍼스타운 정책협의회는 그간 변화된 디지털 창업 환경을 반영하고, 앞서 경험한 창업 인재 육성 환경에 대한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추진되는 캠퍼스타운은 그간 사업의 취약점으로 지목된 문제들에 대한 개선 및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점단위’로 조성했던 캠퍼스타운을 ‘선단위’ 클러스터 형태로 발전시켜 관련 조직간 긴밀한 협조가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기업 맞춤형 실무인재 양성을 위한 취업사관학교 추진 등을 담고 있다. 그 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 도약 지원, 사회문제 해결 아이디어 사업화, 합리적 사업평가 도입 등의 보완을 통해 내실 있는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청년문제 해소와 도시 활력 증진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해 시작된 서울시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은 지난 6년간 청년 일자리 해결과 이를 통한 지역 활성화에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며, 장기적 도시성장전략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앞으로 청년 창업에 기반을 둔 새로운 지역발전 모델로서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이 서울을 벗어나 전국으로 확산돼 나아갈 것이며 그 과정에 우리 대학들이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서울시 캠퍼스타운 정책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