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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발 쏴도 문제없다”…K3보다 낫다던 국산 기관총, 정말 그럴까 [박수찬의 軍]

기자가 지난 2일 부산 SNT 모티브 사격장에서 K15 기관총을 사격하고 있다. 박수찬 기자

방아쇠 위에 걸린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 군복무 시절에도 사용하지 못했던 신형 총기를 처음 쏜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긴장이 된 탓이었다.

 

긴장감을 느낀 것도 잠시, 방아쇠를 짧게 당겼다. “탕탕탕”하며 3발 안팎의 총탄을 쏘기를 몇 번 진행한 뒤 방아쇠를 길게 당기며 연발사격을 했다. 

 

총은 엄청난 연사음을 내며 15초도 채 안돼 실탄 100발을 토해냈다. 한국 육군의 차세대 기관총으로 2019년에 개발된 K15의 위력을 제대로 체험한 순간이었다. 

 

기존 K3에서 경험했던 탄걸림 등의 기능 고장은 없었다. 단 한 번의 멈춤 없이 100여발의 실탄을 발사할 수 있을 정도로 국산 기관총의 신뢰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국산 총기 성능

 

지난 2일 부산 기장군 철마면 소재 총기제작업체 SNT 모티브. 1973년 국내 기술로 소총을 만들고자 국방부 조병창을 설치했던 이곳에서 SNT 모티브가 개발·생산한 총기들을 직접 사격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야외사격장에 도착하니 실제로 쏠 총기들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었다. K5·스마트 리볼버 권총, STC16 특수작전용 소총, STSM21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K14 저격총, K15·K16 기관총 등 차세대 국산 총기들이 대거 포함됐다.

 

가장 먼저 사격한 것은 K5 권총이었다. 1980년부터 생산된 총이지만, 군복무 시절에도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9㎜ 총탄 13발이 들어있는 탄창을 권총손잡이 밑에 있는 구멍에 넣은 후 사격 준비를 마치고 표적을 조준했다. 무게도 생각보다 가볍고 조준선 정렬도 쉽게 이뤄졌다.

 

방아쇠에 건 손가락에 힘을 주면서 ‘발사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초탄이 발사됐다. 이후 총탄을 계속 표적을 향해 쐈는데, 연속사격이 매끄럽게 진행됐다. 

 

기자가 지난 2일 부산 SNT 모티브 사격장에서 K5 권총 사격 전 조준 자세를 익히고 있다. 박수찬 기자

초탄 명중률과 속사 성능을 모두 확보한 패스트 액션(Fast Action) 방식을 적용한 덕분이다. 다만 반동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해 총탄은 표적 위쪽에 주로 맞았다.

 

SNT모티브가 경찰용으로 개발한 스마트 리볼버 권총은 기존 38구경 리볼버보다 무게가 35%나 줄었다. 한국 성인 표준에 맞는 손잡이 설계를 적용해 그립감을 높였다. 사격 상황을 기록하는 블랙박스의 일종인 스마트 모듈이 탑재되어 있다.

 

공포탄, 저살상탄, 보통탄을 모두 사용한다. 저살상탄은 살상력을 낮춘 에너지탄으로 인명 피해는 최소화면서 범인 제압에는 문제가 없도록 만들어졌다. 

 

스마트 리볼버의 손잡이를 잡았을 때, 느껴지는 무게감은 가벼웠다. 저살상탄 6발을 장전하고 사격을 시작했다.

 

반동은 매우 낮았고, 소리도 작았다. 공항이나 세관처럼 다수의 사람이 모여있는 공공장소에서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SNT 모티브 송병조 책임연구원은 “경찰에서 오는 사람들이 와서 가끔 쏘는데, 평이 좋다”며 “해외에 수출도 됐다”고 말했다.

 

특수작전용 5.56㎜소총인 STC16은 세계 각국 특수전부대에서 널리 쓰이는 HK416 소총을 연상케 했다. 

 

K1A 후속 모델인 STC16은 K계열 소총과 AR(M16) 소총의 특성을 혼합한 컨셉이다. 총탄 장전 방식도 AR 소총에서 볼 수 있는 형태다. 국내외에서 수십년을 거치며 검증된 기술을 조합해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후속군수지원 능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장전손잡이와 조정간, 탄창멈치 등을 양손잡이 버전으로 적용했다. 개머리판은 신체 특성에 맞게 조절이 가능하다. 

 

SNT 모티브가 개발한 STC16 소총은 특수전용으로 개발됐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차기 소총의 기본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박수찬 기자

조작법에 대해 교육을 받고 총을 집었다. K2보다 가벼운 느낌이었다. 조정간을 단발로 맞춘 후 도트 사이트 조준경을 들여다보자 가늠자와 가늠쇠를 정렬할 필요 없이 조준경 속 빨간색 점이 표적지를 가리켰다.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어깨에 전해지는 반동은 K2보다도 적었다. 간단한 교육만으로도 사격 과정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SNT모티브 관계자는 “차기 소총은 STC16을 토대로 개발될 것 같다”고 말했다.

 

9㎜ 기관단총 STSM21은 대테러 등 특수작전에 쓰이는 총으로 유효사거리는 150m다. 대테러용 기관단총 베스트셀러인 독일산 MP5가 노후화하면서 이를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된 소총이다. 5.56㎜ 소총이 많이 쓰이지만 9㎜ 기관단총 수요도 적지 않다. 

 

STSM21은 장전 손잡이와 탄창멈치 등을 양손잡이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총열뭉치와 개머리뭉치를 모듈화해 쉽게 교체가 가능하다.

 

조준을 비롯해 전반적인 사격 절차도 간단했다. 조정간을 단발로 놓고 사격을 시작했다. 탄창이 빌 때까지 사격을 했지만, STC16보다 반동이 작고 조준이 쉬워 사격에 따른 부담도 적었다.

 

◆차세대 한국군 저격총과 기관총

 

국내 최초 저격소총인 K14는 SNT모티브에서 개발했다. 무게가 7.2kg에 달해 상당히 묵직한 총이다. 외국 저격총처럼 총탄 5발이 든 탄창을 사용하지만, 훈련용인 10발짜리 탄창도 있다.

 

사격대 위에 올려진 K14는 양각대가 장착된 상태였다.

 

K14는 사격 자세부터 다른 총과 달랐다. 양각대를 고정한 뒤 개머리판을 어깨에 붙이고 왼손은 개머리판에 연결된 보조 손잡이를 잡았다. 이후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방아쇠에 걸었다. 총을 품에 안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어깨와 단단히 밀착한 후 숨을 멈추고 조준경을 주시했다.

 

방아쇠를 당긴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강한 소리와 함께 7.62㎜ 총탄이 표적으로 날아갔으나 빗나갔다.

 

지켜보던 SNT 모티브 관계자가 재장전을 도와주면서 조준해야 할 표적을 다시 알려줬다. 숨을 참으면서 천천히 방아쇠를 당겨 격발하자 표적에 구멍이 났다. 명중한 것이다. SNT 모티브 관계자는 “한발씩 수동으로 장전하는 볼트액션 방식이라 반동이 적고, 유효사거리는 800m”라며 “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지난 2일 부산 SNT 모티브 사격장에서 STC16 특수작전용 소총을 쏘고 있다. 박수찬 기자

미국산 M60 기관총을 대체하는 7.62㎜ K16 기관총은 M60의 단점을 개선하면서 발사속도를 650~950발로 끌어올려 화력을 강화했다.

 

M60은 발사속도가 느리고 이물질이 들어가면 기능고장이 발생하는 등 실전 사용에서 제약이 많았다.

 

K16은 이같은 문제를 개선했다. 수리온에 탑재할 용도로 처음 개발 필요성이 제기됐던 K16은 내구도와 발사속도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SNT 모티브 송병조 책임연구원은 “원래 수리온에는 미국산 M240 기관총 탑재가 거론됐지만, 국내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M60의 장단점을 파악한 뒤 K16을 만들었다”며 “발사속도 증대, 탄알띠에 있는 총탄들을 기관총으로 끌어들이는 견인력 향상 등의 요구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수리온이 불시착했을 때는 총을 탈거해 항공용 방아쇠를 떼고 보병용 개머리판을 붙여서 사용할 수 있다.

 

기자가 지난 2일 부산 SNT 모티브 사격장에서 K14 저격총 조준경으로 표적을 바라보고 있다. 박수찬 기자

K15 기관총처럼 양각대를 갖춘 보병용 K16 기관총은 언뜻 봐도 길이가 긴 총이었다. 확인해보니 1.2m에 달했다. 

 

K15와 비슷한 자세를 취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 3~4발씩 끊어서 사격을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강한 반동에 몸이 뒤로 밀렸다. ‘더 밀리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몸에 힘이 들어갔다.

 

갑자기 오른팔 밑에서 고열의 물체에 데인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뜨겁게 달궈진 탄피가 총 밖으로 배출되면서 오른팔 아래쪽으로 굴러내려온 것이었다. 

 

참기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했지만, 자세가 흐트러지면 실사격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그대로 사격을 했다. 반동이 상당한 수준이었지만, 훈련을 받으면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3~4발씩 점사로 끊어서 쐈던 사격이 끝나고 오른팔을 확인해보니 화상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SNT 모티브 관계자는 “총기 시험사격을 하면 탄피에 팔을 데이거나 눈에 멍이 드는 일이 적지 않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3시간에 걸친 사격을 마친 후 입고 있던 방탄복과 헬멧을 벗었다. 온몸은 땀범벅이었고 옷에서는 화약 냄새가 났다. 하지만 국내 방위산업의 총기 개발 및 제작 기술 수준을 실제로 확인하면서 국내 기술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자가 지난 2일 부산 SNT 모티브 사격장에서 K16 기관총을 사격하고 있다. 박수찬 기자

SNT 모티브는 12.7㎜ 저격총인 STSR20을 추가로 만들어 국내외 시장에 제안하는 등 국산 총기의 저변을 확대하는 활동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한국군의 총기 운용이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업체 차원의 혁신 작업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K5 권총은 1980년대 개발돼 대체 총기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한국군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실정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소요가 없다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

 

성능이 동등하다면 외국 직수입보다는 국내 개발을 진행하고, 일선 부대에서 국산 총기를 사용한 경험을 업체에 전수해 성능개량이나 대체 총기 개발에 반영할 수 있도록 군 당국이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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