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라고 말하며 비난을 받은 북한의 리선권이 대남 문제를 총괄하는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됐다.
1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외무상을 역임하던 리선권을 통일전선부장으로 임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10일 당 중앙위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주재하며 “우리의 국권을 수호하는 데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한 만큼, 대남라인을 재정비한 것으로 보인다.
리선권은 북한의 대표적인 ‘대남통’으로 남측을 향한 거친 언사로 유명한 인물이다. 일례로, 그는 지난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남측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발언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18년 10·4선언 행사 때는 회의장에 3분 늦게 도착한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을 향해 “관념이 없으면 시계가 주인 닮아서 저렇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했던 김태년 의원에게는 “배 나온 사람한테는 예산을 맡기면 안 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남 강경 인물로 꼽히는 리선권이 대남기구를 이끌게 되면서 향후 윤석열정부를 향한 거친 ‘말폭탄’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도 각종 석상에서 “북한을 달래는 시대는 끝났다”, “(연평도 포격 도발과 같은) 일이 벌어지면 사과가 필요한 게 아니라 원점 타격하면 된다” 고 발언하는 등 대북 강경 기조를 취하고 있어 남북 간 긴장 수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외무상엔 ‘미국통’ 최선희… 협상 장기전 고려하나
북한의 외교업무를 총괄하는 외무상에는 대미 전문가인 최선희가 임명됐다. 북한의 역대 외무상 중 여성은 처음이어서 김 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선희는 대미 강경파로 분류된다.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과 이듬해 하노이 제2차북미정상회담에서 핵심 역할을 했지만, 북미관계가 대립할 때마다 김 위원장을 대신해 비난전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하노이 회담이 ‘노딜’로 끝난 직후 대미 비난 메시지를 쏟아냈고 그 이후 북미 대화 가능성을 일축하는 등 강경 입장을 내보였다. 일각에서는 대미 협상전문가인 최선희를 외무상에 임명한 것을 두고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