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 이후 맞은 첫 주말 전국에서 화물 운송 지연에 따른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화물연대와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이어갔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12일 화물연대는 전국에서 파업 집회를 열고 화물 운송 노동자의 동참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벌였다. 강원에서는 영월 한일시멘트, 동해 쌍용씨앤이, 강릉 한라시멘트 정물 앞 등 세 곳에서 파업 집회가 이어졌다. 충북에서도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성신양회 단양공장, 한일현대시멘트 단양공장 앞에서 집회가 열렸다.
시멘트 업계를 중심으로 누적된 피해는 레미콘·건설 업계로 퍼져 나가며 연쇄 효과를 일으키는 중이다. 시멘트 출하가 막히면서 시멘트 공장 저장고에는 운송되지 못한 재고가 잔뜩 쌓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조만간 일부 공장은 생산을 아예 중단하거나 생산량 자체를 조절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전국의 시멘트 출하량은 평소 대비 5∼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시멘트를 공급받지 못한 레미콘 업계와 전국 건설현장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충남에서는 서산 대산공단 등 10여곳에서 파업 집회가 이어지고 있고, 공주 한일시멘트는 파업 이후 물자 운송이 사실상 중단됐다. 서산공단과 당진 철강회사 등은 야간에만 조금씩 물량을 옮기고 있다. 레미콘과 철근을 수급하지 못하면서 건설 업계도 손을 놓고 있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일단 레미콘과 철근 등 자재 없이도 할 수 있는 공사 일정을 먼저 진행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면서 “파업이 이대로 계속되면, 결국 대부분의 현장에서 공기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파업 여파로 주류 공급도 차질이 빚어지면서 주점이나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주류 배송이 지연되거나 주류 도매업자들이 발주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교통부는 주말인 이날 화물연대 전체 조합원(2만2000명) 중 19% 수준인 4100여명이 전국 14개 지역에서 집회에 참여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항만별 컨테이너 장치율(항만의 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 비율)은 71.6%로 양호한 편이지만, 부산항과 울산항 등 일부 항만에서는 국지적인 운송 방해 행위로 평시보다 반출입량이 감소했다.
부산항의 경우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5167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에 그쳐 지난달 같은 시간대의 4분의 1 수준(23.9%)으로 축소됐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사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성과를 내진 못했다. 정부 측에서는 국장급인 국토부 물류정책관, 화물연대에서는 수석부위원장이 실무협의에 참여했다. 다만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함께 안전운임제의 전차종·전품목 확대, 유가 대책 마련 등을 강력히 주장하는 가운데 국토부는 안전운임제가 입법 사항인 만큼 현재로서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적극 지원하는 한편 정부는 별도의 다른 지원책을 논의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6대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 등 총 31개 단체는 이날 공동입장문을 내고 “화물연대는 우리 국민의 위기 극복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집단 운송거부를 즉각 중단하고 운송에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전날까지 화물연대 파업 관련해 155건의 애로사항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수출 관련이 102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는데, 납품 지연이 39건(25.2%), 위약금 발생 34건(21.9%), 선적 차질이 29건(18.7%)으로 나타났다. 수입 관련 53건(34.2%) 중에서는 원자재 조달 차질이 24건(15.5%), 생산 중단이 14건(9.0%), 물류비 증가가 15건(9.7%)이었다.
한편, 민주노총은 지난 10일 국제노동기구(ILO)에 정부가 화물연대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상황에 대해 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