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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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신고가-신저가 공존 “매도·매수 모두 안 급해”

尹 정부 본격적인 부동산 정책 나오기 전까지 '눈치싸움' 지속 전망
뉴시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신고가와 신저가가 동시에 공존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시장 관망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똘똘한 한 채' 추구 현상과 절세용 급매물 혹은 증여 목적으로 추정되는 직거래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다.

 

거래량은 대선이 있던 3월 들어 반등하는 모양새지만, 지난 1~4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5083건)은 지난해 같은 기간(1만7027건)이 30%에도 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시장에서 눈치싸움이 지속될 전망이다.

 

뉴시스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삼성동 힐스테이트 1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24일 20억1000만원(7층)에 거래됐다. 지난 4월30일 27억원(7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약 7억원이나 낮은 가격이다. 중개사무소를 끼지 않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직거래로, 세금을 줄이기 위한 목적의 가족 간 거래로 추정된다.

 

서울 고덕동 그라시움에서도 보유세 기산일 직전 파격적인 가격에 소유권을 넘긴 거래가 포착된다. 전용 84㎡가 지난달 25일 14억8000만원(19층)에 매매됐다.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지난해 10월 20억원에 신고가를 썼는데, 이보다 5억원 이상 저렴하다. 이보다 이틀 뒤인 27일 17억5000만원(17층)에 또 한 건 거래됐다.

 

이 같은 하락 거래와 함께 고가 주택이 몰린 지역에서는 신고가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06㎡가 85억원에,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40㎡가 110억원에 손바뀜됐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165㎡는 57억원,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135㎡는 5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실질거래는 똘똘한 한 채 현상에 신고가가 나오고, 특수거래로 신저가가 공존해 통계의 왜곡이 일어나고 있다"며 "매물만 쌓이고 거래는 안 되는 상황이기에 한동안 이런 시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6월이 되면서 보유세는 내야 할 돈으로 굳어졌고, 매수자 입장에서는 가격 조정이 더 이뤄질 것이란 기대와 금리인상으로 인한 이자부담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아직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라 양측 모두 굳이 거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고, 양도세 중과 유예로 다주택자들이 싸게 매물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며 "팔사람과 살사람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나올 정부정책에서 어떻게 대출을 손볼지 등에 따라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 정부에서 부동산 관련 세금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1가구 1주택' 추구 정책을 과감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교수는 "국회와 논의해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조세제도를 전면개편하는 방안이 선행돼야 하고, 공급을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시그널도 중요하다"며 "30억원 짜리 1채를 가진 사람과 3억 짜리 3채를 가진 사람을 비교해 보면 후자가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긍정적 역할을 담당한다. 1가구 1주택 정책에 대한 전면적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주택을 보유한 이유,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고려하지 않고 주택 수로 획일적으로 규제하다보니 부작용이 크다"고 말한 바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