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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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 붕괴 관계자들 “우리 책임 아니다”… 법정서 책임 회피

지난 3월 3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건물 서쪽 22층 부분에 쌓여있는 잔해 제거·반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작업자 6명이 숨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책임자들이 재판에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광주지법 형사11부(박현수 부장판사)는 13일 업무상 과실치사, 주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HDC 현대산업개발 안전보건 책임자(현장소장) 이모(49)씨 등 피고인 11명과 법인 3곳(현대산업개발·가현건설산업·건축사무소 광장)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주로 현산과 가현 측은 기소의 증거인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붕괴원인 조사 결과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재해조사의견서, 경찰 자문 전문가의 분석보고서 등 3가지 전문가들의 사고원인 조사·분석 결과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 초기에는 보고서·감정서·의견서 등을 낸 전문가 4명을 잇따라 증인 심문해 전문가 분석 결과의 신뢰성을 검토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현산 측과 가현 측 변호인들은 각자 피고인들의 책임을 공범으로 기소된 상대방으로 미루기 위해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현산 측은 지난 1차 준비기일 당시 주장한 대로, 동바리 해체의 경우 원청인 현산 직원들의 지시 없이 하청업체 측이 무단으로 작업했다는 주장을 이어갈 방침이다.

 

현산은 “자체 전문가 분석을 의뢰한 결과 동바리가 3개 층에 정상적으로 있었다면,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를 진행됐더라도 붕괴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동바리를 무단 해체한 가현 측에 붕괴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전개할 뜻을 내비쳤다.

 

반면 가현 측은 “기존 관행대로 레일 일체형 거푸집(RCS) 이동 승인을 현산 측의 동바리 해체 승인으로 이해해 이행한 것”이라며 “39층에서 최초 붕괴가 시작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자체 분석해 향후 결과가 나오면 재판에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감리 업체인 광장 측은 구조검토 요구를 현산 측이 묵살했다는 관리·감독 부실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추가 증인을 신청할 방침이다.

 

현산 측은 “재판부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 재판 시작 전 발표(PT)를 진행하고 싶다”고 요청했고, 가현 측은 현산 측의 주장에 재판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고려해 “PT 내용을 반박할 시간을 달라”고 서로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다음 재판은 7월 11일 사고원인 분석 전문가 증인 심문을 내용으로 진행되며, 당분간은 전문가들에 대한 연이은 증인 소환이 이어질 예정이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