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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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씨랜드 참사 없도록… ‘송파안전체험교육관’을 찾아서 [밀착취재]

지켜보세요, 스스로 지키는 우리를
구명복을 착용한 어린이들이 선박안전관에서 비상탈출 체험에 앞서 물속에서 체온 유지하는 요령을 배우고 있다. 송파안전체험교육관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세 차례 교육이 진행되며 예약을 통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와 송파구가 건립하고 한국어린이안전재단에서 위탁 운영하는 서울 송파구 마천동 소재 송파안전체험교육관.

지하철역과 열차 내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꾸며진 철도안전관에서 화재 상황에 대비한 비상대피 교육이 한창이다.

철도안전관에서 어린이들이 지하철 화재 상황에 대비한 비상탈출교육을 받고 있다.

“어린이 여러분 지금 지하철 내부에 화재가 발생했어요.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죠?” 강사의 질문과 동시에 마치 실제 화재가 난 것처럼 좌석 밑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곧바로 내부 조명까지 꺼졌다.

어린이들은 뿌연 연기와 어둠에 깜짝 놀란 듯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교육 받은 대로 객차 내부 전화기로 화재 신고를 하고 비상 장치를 조작해 출입문과 스크린 도어까지 열고는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다.

송파안전체험교육관은 국내 최초의 종합안전체험교육시설로 어린이와 학부모가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스스로 안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4층 규모의 교육관 1층은 가정 내 거실, 주방, 화장실 등 생활 속 안전사고 발생에 대비하는 가정안전관과 지진, 화재, 태풍의 영향을 체험하고 비상시 대처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재난안전관 및 승강기안전관, 신변안전관이다. 특히 지진 발생 시 대피법을 교육하는 재난안전교육은 가정집 내 주방 형태의 세트장에서 규모 5의 지진을 가정한 진동을 느끼며 대피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2층 교통안전관에는 어린이가 직접 걸어보며 체험할 수 있게 축소된 도로와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고 차량 급정거 시 안전벨트 착용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교육하는 통학버스도 마련돼 있다. 또한 자전거 및 킥보드 이용 안전수칙을 배우는 주행 코스에서는 안전모를 쓴 어린이들이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킥보드를 타고 코스를 돌아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3층과 4층은 철도안전관, 선박안전관, 항공안전관, 응급처치 실습관으로 육·해·공 대형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교통안전체험 시설들이 눈길을 끈다.

항공안전관에서는 비상시 산소마스크 쓰는 요령과 항공용 구명조끼를 입고 비상슬라이드를 통해 밖으로 탈출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교육을 진행한다. 선박안전관은 최대 12도까지 선체를 기울여 배가 침몰하는 상황을 연출해 바닷속으로 안전하게 비상 탈출하는 체험을, 철도안전관에서는 지하철 화재 등의 위험상황에서 어린이들이 각자 역할을 맡아 대응하고 탈출하는 체험을 통해 교육효과를 높이고 있다. 2000년에 설립된 한국어린이안전재단은 안타까운 사연을 지니고 있다.

송파안전체험교육관 야외에 세워져 있는 추모비. 1999년 6월 발생한 ‘화성 씨랜드 화재 참사’를 계기로 교육관이 설립됐다.

1999년 6월30일 어린이 등 23명의 생명을 앗아간 경기도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건’을 계기로 희생자 부모와 유족 변호인단이 기금을 모아 만들어진 것이다. 재단은 2001년 서울 송파구 마천동에 ‘어린이안전교육관’을 건립해 어린이·교사·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각종 안전교육을 실시해 왔고 하나둘 시설을 늘려가며 현재 연인원 4만명, 누적인원 70여만명이 찾는 안전체험교육전문시설인 ‘송파안전체험교육관’으로 발전했다. 한국어린이안전재단 고석 대표도 씨랜드 화재사건 당시 쌍둥이 딸을 모두 잃는 아픔을 겪었다. 고 대표는 “화재사건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사전에 충분히 예방이 가능했던 크고 작은 어린이 관련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우리 모두 사회 안전에 관심을 갖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글=남제현 선임기자 jeh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