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물가상승률이 8%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등 금융 불확실성이 지속함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도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던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의 실현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의 박석길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15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이 7월 빅스텝에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내년 1분기 최종 금리는 3.25%로 전망했다.
JP모건은 지난달 전망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내 3차례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 연말 2.5%에 도달하고, 내년 1월 3.25%에 이르며 인상 주기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전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이 공개된 뒤 수치가 상향 조정됐다. 박 본부장은 “(전날 발표된 의사록에서) 금통위원들의 매파적인 메시지를 확인했다”며 “구체적인 추가 인상 규모나 시기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JP모건의 수정된 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은 5.2%로, 5월 금통위 당시보다 인플레이션 상승 경로가 가파르고, 미국의 정책금리 역시 3분기 더 공격적인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금통위도 7월에는 더 높은 기준금리를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P모건은 한국은행이 7월 빅스텝에 나서지 않더라도 내년 2월까지 0.25%포인트씩 금리를 지속해서 올려 내년 1분기 최종 금리가 3.25%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도 금통위 의사록 내용과 관련해 “하반기 전망에서 한은이 중립금리까지 가는 게 우선이라고 한 의미는 수요발 인플레이션 압력을 통제하는 게 목표”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인상) 등 긴축 우려가 확대되며 국내 금리도 변동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8%대를 기록해 40여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로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보다는 수치적으로 나은 상황이지만, 한은의 장기 물가관리 목표치인 2%와는 괴리가 매우 큰 상황이다. 이번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며 내년 물가 상승률도 관리 목표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