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북 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자아이의 친모에게 내려진 징역 8년형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유전자 검사 결과 여아의 친모가 외할머니인 석모씨로 밝혀졌지만, 석씨가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미성년자 약취(납치) 등 혐의로 기소된 석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유전자 감정 결과가 증명하는 것은 이 사건 여아(사망 여아)를 피고인의 친자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불과하고, 피고인이 피해자(납치 여아)를 이 사건 여아와 바꾸는 방법으로 약취했다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구미 3세 여아 사건은 지난해 2월 한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석씨의 딸 김모씨는 2020년 8월 중순 이후 아이를 홀로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후 수사에서 유전자 검사 결과 아이의 친모는 김씨가 아닌 외할머니 석씨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사망 여아의 친모가 석씨라는 이유만으로 아이 바꿔치기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아 바꿔치기 등)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있고, 그에 대한 추가 심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이 바꿔치기에 대한 목격자나 폐쇄회로(CC)TV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석씨가 김씨와 비슷한 시기에 출산했다는 것이 원심의 추정에 불과하다는 점도 파기환송의 근거로 작용했다.
대법원은 다만 여아 시신을 유기하려다 미수에 그친 범죄에 대한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바꿔치기 범행도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취지이지 무죄라는 의미가 아니라고 대법원 관계자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