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이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가운데,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제3자 개입 가능성’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대법원은 아이의 친모로 밝혀진 석모(49)씨에 대해 아이를 바꿔치기 한 범죄 혐의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고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이 교수는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모녀가 꾸민 일이라고만 보기엔 생각보다 그렇게 단순한 사건이 아닐지도 모른다”며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수사를 다시 해야 하는 거 아닌가(싶다). 두 여성이 이 일을 저지르고 아이 하나를 사망에 이르게 한, 학대치사에 대한 형사책임만 지면 이 사건이 깨끗하게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진행자가 ‘아기를 인신매매하는 등 범죄 조직까지도 가담했다는 가능성을 열어놔야 하는 건가’라고 묻자, 이 교수는 “그렇다. 아무래도 석씨 딸 김모(23)씨가 10대에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굉장히 포괄적으로 조사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더군다나 온라인으로 요즘은 이런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구미 지역만 조사한다고, 산부인과 인근 지역만으로 범행의 현장을 염두에 두는 게 적합한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며 수사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10일 경북 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3세 여아의 시신이 발견됐다.
당초 아동학대 혐의에 관해 수사하던 경찰은 유전자 검사 결과 아이의 친모가 김씨가 아닌 외할머니 석씨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씨는 아기를 빈집에 홀로 장기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징역 20년형을 확정받았다.
석씨는 구미에 있는 산부인과에서 딸인 김씨가 낳은 아이를 자신이 몰래 출산한 아이와 바꿔치기한 뒤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그는 3세였던 아이가 김씨의 방치로 숨진 후 매장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1심과 2심은 석씨에게 미성년자 약취(납치) 및 사체은닉미수 혐의 징역 8년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석씨가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김씨가 실제 낳은 딸의 행방이 묘연한 점 또한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이 교수는 석씨가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공소 사실을 유죄로 확신하기에 의문점이 많다는 대법 판단에 관해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엄마 태반 내에 있는 물질들이 배설돼 체중이 약간 감소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 이것이 아이가 바뀌었다는 증거가 되지 못한 것”이라며 “석씨가 식별 띠지를 벗기고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것도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게 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