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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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공백 3주째 원구성 협상 공전…野, 의장 단독선출 '만지작'

野 내부서 '단독선출 불사' 강경론…역풍 우려에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국민의힘 "'법사위원장은 여당 몫'이 협상 전제 조건"…강대강 대치 계속
與 "민주 몽니로 공전사태 기약 없어" 우상호 "정무수석 전화한통 없어, 주먹만 휘두르는 정부"
후반기 원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어 입법부 장기 공백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이 텅 빈 상태로 불이 켜져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을 위한 여야 간 협상이 쳇바퀴를 돌면서 국회 공백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여야가 법사위원장 자리를 어느 당이 차지할지를 놓고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면서 의장단 선출을 위한 본회의는 일정 조차 잡히지 못하고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의장단 단독 선출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등 여야 간 공방은 한층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4월 28일 자정께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본회의장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강경파 일각에서는 국회 공백사태 해소방안과 관련해 의장단 단독 선출안 까지 포함해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의장 부재로 인사청문회를 열 수 없는 만큼, 다수 의석을 앞세워 밀어붙이는 강수를 둬서라도 일단 의장을 뽑으면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앞서서도 국회의장을 단독 선출한 경험이 있다.

민주당은 2020년 21대 전반기 국회 개원 당시 미래통합당의 불참 속에 박병석 전 의장을 선출했다. 단독 선출은 1967년 이후 53년만으로 여야는 이후 원 구성 협상에서 파행을 겪었다.

물론 이같은 전례가 있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이 다시금 단독 선출을 강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에서 연패했는데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의결한다면 '거대당 독주' 비난이 거세지며 중도층 민심을 더 잃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단독 선출 시 원 구성 협의 자체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선례가 있다고는 하나 지금은 야당이라 박병석 전 의장 때와는 상황이 아주 다르다"고 말했다.

다른 당 관계자도 "단독 선출은 개별 의원들의 의견일 수는 있지만 지금 지도부가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오히려 이같은 '단독 선출안'은 민주당 역시 원 구성 지연으로 인한 부담이 상당하다는 반증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에서는 원 구성 협상이 공전하면서 장관 후보자 청문회 등 야당으로서 득점할 포인트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입법, 상임위 질의 등 원내 활동을 통해 정권을 견제해야 하는 입장에서 마냥 국회 공백을 방치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의장 단독 선출' 강경론 못지 않게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권을 조정하는 것을 전제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넘겨주자는 유화파의 의견이 당내에서 나오는 것 역시 이같은 절박감이 노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도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밀리는 현 상황에 마음이 마냥 편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윤석열 정부 출범 한 달이 훌쩍 지나고도 초대 내각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부담이 있지만, 그렇다고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연일 야당과 언론의 의혹 제기가 쏟아지는 박순애·김승희 후보자를 임명 강행했다가는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은 오는 21일에 청문 기한을 넘긴 박순애, 김승희 후보자와 김승겸 합참 의장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는 필요한 법적 절차를 모두 밟아둔 채 국회 상황을 지켜보면서 임명 여부를 판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늦어도 이달 중으로 원 구성을 완료하고 곧장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에도 "국회 정상화를 위해 인선 진행을 보류해달라"는 의사를 사전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핵심 쟁점인 법사위원장을 양보하거나, 원 구성 합의 전에 국회의장단부터 선출하자는 민주당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은 이미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 몫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정당 간 합의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보이지 않는 상대방이 인제 와서 민생을 볼모로 또 다른 조건을 내건다고 백기투항을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인사청문회가 공전하는 현 상황이 궁극적으로는 야당에 더 큰 손해라고 판단하는 속내도 읽힌다.

원내 관계자는 "지도부 간 회동을 할 경우 민주당이 주장하는 사개특위 구성을 포함해 모든 의제를 테이블에 올려 논의할 수 있지 않겠나"라면서도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 몫으로 하는 상임위 배분이 모든 협상의 전제 조건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여야는 이날도 국회 공백의 책임을 상대 당 탓으로 돌리며 공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양금희 원내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 몽니로 국회 공전사태가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다"며 "민주당은 언제까지 국회의 시간을 정체시킬 것인가. 소수 강경파가 아닌 내부 자성의 목소리와 국민 목소리에 답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대체 여당이 꽉 막힌 정국을 풀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명색이 비대위원장이고 야당 대표인데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전화를 한 통 하느냐, 정무비서관이 찾아오느냐"라면서 "정권 초기에 이렇게 대화 없이 밀어붙이고, 압박하고, 양보 없이 주먹만 휘두르는 이런 정부는 처음 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가 합리적이고 온건한 사람인 것 잘 알지 않느냐. 그렇지만 건드리면 가만히 안 있는다"고도 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