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개당 1만8000달러 선까지 붕괴하며 끝 모를 추락을 이어 가고 있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19일 한때 1만7601달러(약 2279만원)까지 떨어지며 2020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기록한 정점인 6만7553달러(약 8908만원)에 비해서는 74.4% 폭락한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트코인의 폭락과 관련해 “가상화폐 파티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폭락하면서 알트코인(후발 가상화폐)들도 맥을 못 추고 있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이날 한때 개당 880달러까지 하락해 1000달러 선이 무너졌다. 이더리움이 1000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7개월 만이다.
카르다노, 솔라나, 도지코인, 폴카닷 등의 알트코인은 24시간 전과 비교해 8∼12% 폭락했다. 보유자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프라이버시 코인 계열의 모네로와 제트캐시 등은 같은 기간 가격이 최대 16% 하락했다.
가상화폐 시장은 최근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최근 물가 상승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정책으로 인한 유동성 우려로 위험자산에 대한 공포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비트코인은 12일 연속 내림세를 기록 중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통화 긴축 등 영향을 받아 가상화폐 업계의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있다”면서 “비트코인은 기록적으로 궤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CNBC방송은 “가상화폐 시장의 대학살”이라며 “급등하는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금리 인상을 포함한 거시경제적 압력에 의해 (폭락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유동성 위기만이 가상화폐 급락의 원인인 건 아니란 분석도 제기된다. 가상화폐가 폭락하자 숨어 있던 시장의 불안정성이 드러났고, 이것이 또다시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한국산 코인인 테라·루나코인 붕괴 사태에 이어 미국 가상화폐 대출업체 셀시우스가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로 계좌거래 중단을 공지하면서 시장의 급락을 재촉했다고 분석했다. 홍콩 가상화폐 대출업체 바벨파이낸스도 유동성 위기로 예금인출을 중단하는 등 가상화폐 폭락으로 인한 관련 업체의 연쇄 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WSJ는 “가상화폐 산업은 허세와 열정, 낙관론에 기초해 구축됐으나 손실이 늘어나며 기반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며 “시장이 미끄러지고 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를 덮치면서 가상화폐는 가장 먼저 팔려 나가는 자산이 됐다”고 전했다.
한편 연준이 긴축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가상화폐 업계에는 암울한 소식이 이어질 전망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주최 콘퍼런스에 참석해 “7월 회의에서도 비슷한 규모(0.75%포인트)의 움직임을 지지할 것”이라며 “연준은 물가안정을 되찾는 데 올인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