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이준석 "비공개 내용 자꾸 언론 보도"… 배현진 "대표님이 많이 유출"

‘비공개 회의’ 싸고 공개 충돌
이 “비공개 내용 자꾸 언론 보도
현안 논의 공개발언으로 하라”
배 “대표님이 많이 유출” 반박

권성동 “그만하자” 마이크 꺼
‘윤리위 앞두고 파워게임’ 평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비공개회의 현안 논의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자 권성동 원내대표가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6·1 지방선거 승리 이후 당 주도권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던 국민의힘이 20일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의 공개 충돌로 극도의 혼란상을 노출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당 윤리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물밑 파워게임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비공개 현안 논의 여부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이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최고위 의장 직권으로 오늘부터 비공개회의에서 현안 논의는 안 하겠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공개발언으로 말해달라”고 선언한 게 발단이 됐다. 이 대표는 “비공개 내용이 자꾸 언론에 따옴표까지 (붙여서) 인용돼 보도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배 최고위원이 비공개 최고위에서 이 대표를 비판한 내용이 잇따라 보도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배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회의에서 이 대표가 안철수 의원이 추천한 최고위원 인선안을 반대하는 것을 두고 “졸렬해 보인다”고 비난하고, 지난 13일에는 당 혁신위에 대해 “이 대표의 사조직에 가깝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직격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과 설전을 벌이던 중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이 대표가 최고위원회 의장 직권으로 비공개 회의에서 현안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배 의원은 비공개 회의 내용 유출을 단속하는 게 맞다고 즉각 반박에 나서면서 마찰이 빚어졌다.   공동취재사진

발언권을 넘겨받은 배 최고위원은 “현안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비공개회의를 철저히 단속해서 당내에서 필요한 내부 이야기는 건강하게 이어가야 한다”며 반박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비공개회의를 생략하려고 하자 배 최고위원은 “비공개회의를 일방적으로 없애면 어떡하냐” “대표님께서 많이 유출하시지 않으셨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발언권을 득해서 말하라” “내 이야기를 내가 유출했다고”라며 물러서지 않으면서 갈등은 고조됐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두 사람을 말리다 종반에는 책상을 치며 “그만합시다”라며 “비공개회의를 하겠다”고 마이크를 꺼버렸다. 그러나 두 사람의 언쟁은 쉽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후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돼 15분가량 진행됐지만, 이 대표는 2분 만에 이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 이후에도 두 사람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당 지도부의 공개 충돌은 윤리위 개최 등을 앞두고 여권 내 권력지형이 불안정하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윤리위 등으로 심리적인 압박을 받다 보니 우발적으로 그런 게 아닐까 싶다”며 “당대표가 (최고위를) 박차고 나가는 그림은 정치적으로 득이 될 게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배 최고위원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의 대리전을 펼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최고위에서 ‘윤핵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본인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