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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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순찰로봇이 도심 골목 지킨다 [자치구 돋보기]

관악구, 전국 최초 ‘골리 2’ 도입

우범 시간대 CCTV 사각지대 순찰
해태어린이공원 일대 시범 실시
6월말 별빛내린천서 추가 운행
“2023년 방범취약지 확대 운영 계획”
16일 서울시 관악구 서림동 해태어린이공원 일대 골목길에서 박준희 관악구청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이건화 관악경찰서장(왼쪽에서 첫번째) 등이 자율주행 순찰로봇 ‘골리 2’의 순찰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관악구 제공

“관악구청 자율주행 순찰로봇입니다. 해태어린이공원 일대를 자율주행 순찰 중입니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시 관악구 해태어린이공원. 관악구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도심 자율주행기반 안심순찰 로봇 ‘골리 2’의 시연회가 진행됐다. 실제로 본 골리 2는 귀여운 경찰차 같았다. 차체에는 전후방 카메라 각 1대, 측면카메라 2대, 열화상 카메라 1대가 탑재됐다. 경광등까지 번쩍이니 제법 늠름한 모습이었다.

골리 2는 최대 시속 8㎞를 주행할 수 있지만, 안전을 위해 시속 5㎞ 내외로 움직인다. 심야 주택가에서 소음이 크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가까이 가야 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조용했다. 이날 골리 2는 관악구의 험준한 언덕길을 무리 없이 주행했다. 언덕을 오른 골리 2 앞에 갑자기 사람이 다가왔다. 실제 순찰 시 주민 등 장애물과 맞닥뜨리는 상황을 가정한 실험이다. 골리 2는 장애물을 인지하자 잠시 멈춘 후 360도 이동이 가능한 앞바퀴를 이용해 옆으로 피해갔다.

이번엔 골리 2가 골목에 앉아있던 주취자를 발견했다. 주취자 곁으로 간 골리 2는 실시간 상황을 구청 관제센터에 알렸다. 이를 확인한 관제센터 직원은 “여기서 주무시면 위험합니다. 집으로 귀가해주세요”라며 골리 2를 통해 안내음성을 전달했다. 주취자의 반응이 없자 관제센터에서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이 주취자를 데려가며 상황은 마무리됐다.

골리 2는 지난해 시흥 배곧생명공원에서 운행을 시작한 1세대 ‘골리’를 잇는 차세대 버전이다. 만도가 제작했으며 인천대와 한양대에서 자율주행 알고리즘, SK텔레콤에서 로봇영상 관제시스템 개발을 담당했다. 여성 1인 가구가 많고, 지형이 복잡한 관악구가 골리 2의 실증운영을 맡았다. 관악구는 지난 4월 말부터 해태어린이공원에서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골리 2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 이달 말부터는 별빛내린천에서 주간 시간대에 한 대를 추가 운행한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사업예산을 추가 확보해 내년에는 방범이 취약한 곳을 대상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며 “자율주행 순찰로봇이 전국에 퍼져서 범죄 없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순찰로봇은 우범 시간대 고정형 폐쇄회로(CC)TV가 볼 수 없는 사각지대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경광등과 카메라가 달린 순찰로봇이 운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범죄 예방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제일 큰 장애는 규제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영상과 음성 정보를 저장할 수 없어 실시간 촬영만 가능하다. 다양한 상황 데이터 축적이 어려운 실정이다. 또 도로교통법상 도로 주행이 불가능해 순찰 범위도 제한적이다. 현재는 정부의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아 실증이 이뤄지고 있지만, 별도의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하는 등 한계가 있다. 골리 개발사업 총괄연구원 강창묵 인천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자율주행 순찰로봇은 법적으로 중간에 껴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2년간 규제 유예를 받았는데, 그 사이에 중재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