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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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위기 이준석 “별다른 걱정 안한다”… 혼돈의 국민의힘

윤리위 22일 저녁 징계 심의 회의
‘증거인멸 교사’ 의혹 등 논의한다
징계 여부·수위 등 결정될 지 주목
결과 따라 與 조기 전대 등 후폭풍
서울경찰청장, “의혹 철저히 수사”
李·배현진 ‘비공개 회의’ 유출 충돌
‘당내 권력지형 불안정’ 노출 해석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회의 현안 논의 문제를 놓고 배현진 최고위원과 논쟁을 벌인 뒤 회의장을 나서며 "내 발언을 내가 유출했다고?"라며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당 중앙윤리위원회 회의가 오는 22일 오후 7시 열린다. 앞서 윤리위는 지난 4월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이 제기된 뒤 추가로 터져 나온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징계 절차에 착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윤리위가 심의 당일 징계 의결까지 할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회의 결과에 따라서 이 대표의 불명예 퇴진과 집권여당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 상당한 ‘후폭풍’이 불어 닥칠 수 있는 탓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리위는 이날 당 공보국을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지난 4월21일 개최된 위원회 의결에 따라 징계 절차가 개시된 사안들을 심의할 예정”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윤리위는 “‘징계 절차 개시’를 통보받은 당원들이 제출한 서면 소명 자료를 검토하고 4월21일 회의 결과 ‘윤리위 당규 제14조(협조의무)’에 근거해 김철근 당원(당대표 정무실장)을 위원회에 출석시켜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 실장은 이 대표가 자신의 성 상납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사건 관련자를 만나 7억원의 ‘사업 투자 약속’ 각서를 쓰게 한 인물로 지목됐다.

 

이번 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나 수위 등이 결정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당규의 윤리위 규정에 따르면 위원회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징계를 의결할 수 있다. 현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은 이양희 위원장을 포함해 총 9명이다. 해당 규정은 윤리위가 의결할 수 있는 징계를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권유 △제명 등 4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가장 약한 경고의 경우 당원의 권리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으나, 당대표가 윤리위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반면에 이 대표가 징계를 받지 않는다면 그간의 ‘족쇄’를 끊고 한층 비상할 발판이 마련된다.

 

 

당 안팎에서는 윤리위가 경고나 당원권 정지 수준의 징계를 의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이 대표는 경고 처분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측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윤리위가 먼저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절차상 하자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 성격상 징계를 받더라도 자진사퇴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윤리위가 징계 의결을 보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과 설전을 벌이던 중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이 대표가 최고위원회 의장 직권으로 비공개 회의에서 현안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배 의원은 비공개 회의 내용 유출을 단속하는 게 맞다고 즉각 반박에 나서면서 마찰이 빚어졌다.   공동취재사진

이 대표는 이날 KBS1라디오에 나와 윤리위 관련 질문에 “별다른 걱정은 안 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윤리위를 겨냥해선 “윤리위가 지난 4월에 저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기로 결정한 것도 특이했는데 (이후로) 두 달 가까이 시간을 끌고, 지금 와서 이렇게 제가 (정치적) 내상을 입게 한 다음에 (징계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 회의에 직접 참석할 것이냔 물음엔 “저는 참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답했다. 그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상현 의원실 주최로 열린 보훈학술세미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김 실장의 출석 여부에 대해 “제가 어떻게 알겠나. 김 실장에 물어봐 달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대표의 성 상납·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하며 “이 대표의 뇌물수수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오는 23일 이 대표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 받는 아이카이스트 대표 김모(구속 수감)씨를 접견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가 “오늘부터 비공개 회의에서 현안 논의는 안 하겠다”고 선언하자 배현진 최고위원이 “비공개 회의를 일방적으로 없애면 어떡하느냐”, “대표가 많이 유출하지 않았느냐”는 등 공개적으로 반발하면서 정면충돌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최고위 이후에도 두 사람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이를 두고 윤리위의 이 대표 징계 심의 등을 앞둔 상황에서 여권 내 권력 지형이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김주영·김병관·조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