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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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발사 성공…대한민국 우주기술 독립 30년 역사 [뉴스+]

누리호 성공으로 ‘우주기술 독립’ 완성 역사
30년간 다른 나라 우주선 빌려 위성 발사해
75t급 액체엔진 기술로 발사체 자력 개발 의의
차세대 발사체 2조원 투입… 9년 뒤 달 간다
순수 국내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최초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뉴스1

누리호의 성공은 ‘우주 독립’으로 불린다. 순수 한국기술로 만든 발사체에 한국에서 개발한 위성을 실어 한국 영토에서 발사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현재 무게 1t 이상의 실용급 위성 발사가 가능한 국가는 러시아, 미국, 유럽(프랑스 등), 중국, 일본, 인도 6개국 뿐이다. 이스라엘, 이란, 북한은 300㎏ 이하 위성 을 쏘아올릴 수 있다. 

 

한국이 우주에 위성을 갖게된 것은 1992년, 발사장을 건립해 처음 발사에 성공한 것은 2013년이었다. 2022년 6월 누리호의 성공을 통해 발사체 기술 보유를 입증함으로써 한국은 완전한 우주 기술 독립을 이루게 됐다.

 

◆1992년 첫 위성 보유, 20년 만에 국내 발사 성공

 

한국의 첫 위성은 과학위성 ‘우리별 1호’였다. 우리별 1호는 영국에서 기술을 전수받아 제작됐으며 1992년 8월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 우주기지에서 프랑스 로켓 아리안 V-52에 실려 우주로 갔다. 비록 자력으로 개발한 위성은 아니었지만 한국이 우주 산업으로 내딛은 역사적 첫 걸음이라는 데 의의가 있었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연구동에서 바라본 제1발사대(사진 왼쪽)와 제2발사대(사진 오른쪽) 모습. 연합뉴스

이듬해인 1993년 9월 발사한 ‘우리별 2호’는 우리별 1호 연구팀이 카이스트에서 만든 최초의 국내 제작 위성이다. 1995년엔 한국 위성통신사업을 위한 민간(KT) 통신위성 무궁화 1호가 쏘아 올려졌다. 이어 1996년, 1999년, 2006년에 각각 무궁화 2호, 3호, 5호가 발사됐다.

 

1999년은 한국 인공위성연구소의 독자 기술로 설계 제작된 우리별3호와 한국 최초의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1호가 쏘아 올려진 해이기도 하다. 아리랑 1호를 통해 한국은 위성 개발에 필요한 고도의 기술을 확보함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위성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아리랑 2호는 그로부터 7년 뒤인 2006년 발사됐다. 아리랑 2호의 성공으로 한국은 세계 7번째 1m급 해상도 관측 위성 보유국이 됐으며, 설계 80%, 제작 70%, 조립 및 시험 90%의 위성 국산화 능력을 갖추게 됐다.

 

2010년엔 한국 최초의 정지궤도 복합위성인 천리안이 하늘로 올려졌다. 천리안은 해양관측 센서, 기상관측 센서 등을 장착한 독자적 기상위성이다. 이전엔 일본 등 외국 기상위성 자료를 수신해 영상분석했던 한국은 천리안을 통해 한반도 부근 기상 집중 관측과 감시, 자료생산 등이 가능해졌다.

 

지금까지 우리별, 무궁화, 천리안, 아리랑 등 한국 위성들은 모두 프랑스, 인도, 러시아, 미국 등이 개발한 우주선에 실려 해당 국가 발사장에서 발사됐다. 독자적 우주 발사체가 없는 한국은 우주 사업 영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한국은 2000년부터 우주센터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2009년 6월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 한국 최초, 세계 13번째 우주센터인 ‘나로우주센터’가 준공됐다. 그해 8월 한국 최초의 위성발사체 나로호가 과학기술위성 2A호를 싣고 나로우주센터에서 처음 발사됐다.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지난 2013년 1월 30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로 향해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나로호는 대기권을 벗어나는 데는 성공했으나 한 쪽 페어링이 분리되지 않아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2010년 6월 2차 시도에선 1단 로켓이 발사 137초 만에 폭발해 바다로 떨어졌다. 2013년 1월 세번째 시도만에 나로호는 1250㎞ 저궤도에 나로과학위성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한국이 개발한 우주발사체를 한국 영토에서 쏘아올렸단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20년간의 피땀눈물…액체 엔진기술 결실로

 

2013년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지만 완전한 우주 기술 독립까지는 갈 길이 멀었다. 발사체의 핵심기술인 엔진을 국산화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1, 2단으로 구성된 나로호의 1단 엔진은 당시 러시아가 개발한 액체 연료 엔진을 직수입한 것이었다. 한국은 당시 2단 로켓의 고체 모터만 만들었다.

 

한국의 액체 로켓 개발 역사는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우주선진국들로부터 액체 엔진 기술을 전수받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동맹인 미국조차 한국의 로켓 개발을 반기지 않았다. 우주발사체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과 거의 같기 때문에 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만큼 국가 간 기술 이전을 엄격히 금지하는 탓이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지난 2021년 10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소련 멸망 후 로켓 엔진 개발 예산이 부족했던 러시아가 한국과 공동개발을 하게 됐다. 당초 러시아는 기술 이전을 해주기로 했지만 의회의 반대로 자신들이 개발한 엔진을 한국에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나로호 발사는 러시아가 당시 개발한 최신 액체 엔진 ‘안가라’의 시험장이기도 했다.

 

러시아만 믿을 수 없었던 한국은 2003년부터 나로호 프로젝트와 별도로 30t급 액체 로켓엔진 개발을 진행했다. 그 과정도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로켓엔진의 핵심인 터보펌프와 연소실 개발을 하고도 당시 국내에 연소시험 설비가 없어 러시아에 가져가 실험을 했다. 그런데 러시아에서 실험 중 폭발사고가 나면서 관련 장비들이 전부 타버렸다. 러시아의 협조도 중단됐다.

 

30t급 액체 엔진 개발은 완성되지 못했지만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75t급 액체 엔진 개발에 착수했다. 수백차례 시험을 거친 끝에 누리호에 탑재될 액체 엔진이 만들어졌다. 20년의 노력이 순수 우리기술 발사체 누리호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누리호 1단에는 75t급 액체 엔진 4개가 묶여 장착됐다. 동시에 점화해 300t급 힘으로 200t에 달하는 누리호를 우주로 보낸다. 2단에 75t급 엔진 1개, 3단에는 7t급 엔진이 있다.

 

지난 10월 가짜 위성을 달고 시험 발사된 누리호는 3단 엔진 연소가 조기 종료되면서 궤도에 위성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1단 엔진과 2단 엔진의 연소과정까지는 완벽했다. 이어 지난 21일, 37만개의 부품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한 극한의 예술이 우주에서 꽃 피웠다. 한국의 진정한 우주 기술 독립과 주도적 우주개발 사업의 시작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국내 첫 달탐사선 '다누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다음은 ‘달’이다

 

이제 한국은 외국의 발사체를 이용하지 않고 우리 힘으로 위성을 쏘아올릴 능력을 갖추게 됐다. 주도적으로 다양한 우주 개발사업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다음 과제는 신뢰성 확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네 차례 누리호 추가 발사한다. 이번 2차 발사에서 누리호에 실린 위성은 성능검증위성과 4개의 꼬마위성이었다. 내년부터 진행되는 누리호 고도화 사업에선 차세대 소형위성, 초소형 위성 등이 실릴 예정이다. 

 

추가 발사를 통해 국산 우주 기술의 신뢰를 높이고 기술을 민간 이전해 우주발사체 체계 종합기업을 육성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누리호의 성능을 뛰어넘는 2단형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도 시작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이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 차세대 발사체는 지구 저궤도에 10t 무게의 탑재체를 실어보낼 수 있도록 개발한다. 누리호의 1.5t보다 훨씬 큰 중량이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이 완료되면 한국은 지구궤도 위성뿐만 아니라 달이나 화성 등에 대한 독자적 우주탐사 능력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차세대 발사체의 첫 임무는 2031년 달에 달 착륙선을 보내는 것이다. 이 사업에 2023년부터 2031년까지 9년간 1조9330억원이 투입된다. 

 

계획이 실현되도록 정부는 우주 기술과 경험을 지속적으로 쌓아 나간다는 방침이다. 오는 8월에는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이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사된다.

 

 

아울러 정부는 차세대 발사체의 수송 능력을 확대해 우주 관광과 대형 화물 수송도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