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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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환경부, 윤석열 공약 ‘2025년 유로7 도입’ 준비 착수…“국내 차 업계 타격” 우려도

환경부 ‘유로7 설정 적용 연구’ 계약
“국내기업 기술 수준 파악 등 목적”
EU, 올 3분기 중 유로7 초안 공개 예정
“국내 산업 보호 위해 도입 시점 유연하게 조정해야” 의견도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내 위치한 환경부 전경. 뉴시스

환경부가 차기 유럽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7’(EURO7)의 국내 도입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2025년 유로7 도입을 공약한 바 있다. 조만간 초안이 공개되는 유로7은 극단적 수준의 배출가스 기준을 담아 국내의 경우 디젤차량 생산 종료 시점을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최근 민경덕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연구팀과 ‘내연차 차기 배출허용기준(유로7) 설정 적용 연구’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유로7에 대한 환경부 연구사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로7의 국내 도입을 준비하는 연구”라며 “국내기업 기술 수준을 파악하고, 조만간 나올 유로7 초안 내용 중 국내 사정에 맞게 수정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디젤차량 대해 유럽 배출가스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가솔린차량의 경우 현재 미국 기준인 LEV(Low-Emission Vehicle)3를 따르고 있다.

 

유럽연합(EU)는 올 3분기 중 유로7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논의를 거쳐 확정안이 마련되면 오는 2025년쯤 규제가 발효된다. 지난해 EU는 2030년 유럽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핏 포 55(Fit For 55)’ 입법안을 발표하면서 이같은 유로7 시행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정책공약집 내 기후환경위기 대응 부문에서 미세먼지 발생 저감 대책으로 2025년 유로7 도입을 공약했다. EU의 발효 시점에 맞춰 유로7을 국내에 조기 도입하겠단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조기 도입안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한다. 현재 예상되는 유로7의 규제 강도를 고려할 때 국내 자동차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도입 시점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EU가 2035년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종료하기로 한 가운데 유로7은 국내 완성차업계의 디젤차량 생산 종료를 가속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현재 ‘㎞당 0.08g 이하’(유로6 기준)로 제한되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유로7에서 70% 추가 하향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이 안이 확정되면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량이 거의 0g에 수렴하게 돼 완성차업체가 더 이상 디젤차량 생산을 계속할 유인이 사라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김용현 한국폴리텍대학 부산캠퍼스 자동차과 교수는 “유로7이 국내에 도입되면 아직 전환이 준비되지 못한 국내 차 산업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디젤차량 생산 종료가 분명 나아가야 할 방향인 건 맞지만 우리나라 차 산업의 연착륙을 위해선 유로7 도입 시기를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런 우려에 대해 “아직 국내 도입 시점이나 그에 따른 영향을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유로7 초안이 공개되고, 이번에 계약한 연구를 통해 국내 기업의 준비 상황이 파악된 뒤에야 구체적인 도입 시점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2014년 EU가 시행한 유로6의 경우 우리나라도 같은해 도입한 바 있다”며 “유로7 적용 연구가 진행되면 그 결과를 토대로 도입 시점에 대한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