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떠났는데 부가세 이야기하고 싶어요? xx같아서.”
부천에 사는 이모(30)씨는 최근 자신이 오랫동안 키운 반려묘를 떠나보냈다. 금전적인 여유가 없었던 이씨는 합법적인 장례를 치르려면 돈을 구해야 했다. 결국 반려묘가 죽은 지 3일이 지나서야 포털 상단에 나와 있는 장례업체인 ‘굿바이엔젤’이라는 곳에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장례 비용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던 이씨는 상담직원에게 픽업 비용, 부가세 등 비용을 문의했는데, 돌아온 것은 어이없게도 ‘폭언’이었다. 이씨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물었는데 아이가 떠났는데 어떻게 돈 이야기를 할 수 있냐고 하면서 나쁜 사람 취급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욕설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몇 년 전 반려견을 떠나보냈다는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업체에게 장례를 맡겼는데 가고자 했던 장례식장과 다른 곳을 데려갔다”면서 “나중에 알아보니 이곳은 불법 (의심되는) 업체였고, 항의하자 ‘인제 와서 뭐 어찌할 거냐’는 식의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반려동물 장례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가족’과 다름없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슬픔을 악용, 불법 화장 시설을 이용하거나 금액을 과다 청구하고, 갑질을 일삼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반려인’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최근 12년간 키운 반려견을 떠나보낸 김모(27)씨는 “한 업체에 장례를 맡겼는데 상담할 때는 금액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고 나중에 보니 127만원이 청구되어 있었다”며 “화장시설도 처음 말한 곳과 다른 곳으로 가서 부모님이 항의하자 대뜸 욕을 하고 협박을 했다. 불법 업체인지 몰랐고 알았더라도 반려견이 그곳에 안치되어 있고 보복할지도 몰라 신고 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사체 처리 방법은 △동물병원에 위탁해 ‘의료폐기물 처리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담아 ‘생활폐기물’ 처리 △동물 장묘업체 이용 3가지다. 오랫동안 키운 반려동물을 폐기물로 처리할 수 없기에 반려인들은 동물 장묘업체의 화장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2021년 서울시 동물보호 시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사체 처리를 위해 장묘시설을 이용한 경우가 46.8%를 차지했다. 이처럼 수요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장례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실제 허가를 받고 영업하는 곳은 전국에 61개뿐이다.
동물 장묘업을 허가받으려면 시설·환경·안전·운영에 대한 주기적인 검사를 받고, 장례·화장·건조·수분해·봉안 중 허가받은 항목에서만 운영해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포털 검색을 하면 수많은 동물 장묘업체를 찾아볼 수 있지만, 이 중 등록되지 않은 업체이거나 등록된 업체와 업무 제휴를 맺었다고 광고하는 방식의 편법 운영을 하는 업체가 많다.
22일 세계일보가 네이버 포털 검색 상단에 노출되는 10개 업체의 등록 여부를 확인할 결과, 4곳은 무허가 업체였다.
최근 폭언 논란을 일으킨 굿바이엔젤도 동물 장묘업으로 등록되지 않아, 불법·편법 영업을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굿바이엔젤 홈페이지에는 ‘자사는 등록된 업체인 포천의 S사와 업무 제휴를 맺고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 업체는 다른 여러 업체와도 업무 제휴를 맺고, 합법적 운영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업체 설명과 달리 취재 결과 불법 영업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20일 굿바이엔젤에 반려동물 장례와 관련해 전화 문의를 하자, 업체 관계자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안양과 안산 일대의 화장시설에 데리고 간다고 설명했다. 현재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장묘업체 중 안양이나 안산에 화장장을 두고 있는 업체는 없다. 이 지역에서 동물 화장했다면 명백히 불법이다.
한국 동물장례협회 문의 결과 해당 업체는 오래전부터 불법 영업을 하는 업체로 알려졌고 신고 민원도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굿바이엔젤 관계자는 “우리도 그(안산에 있는) 시설이 불법시설인지 몰랐고 해당 시설에 법적 조치를 할 예정”이라며 “우리는 중개 서비스만 할 뿐이지 동물 장묘업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동물 장례 중개업이라고 해도 단순히 고객을 연결해주는 차원을 넘어 ‘픽업 서비스’(동물의 사체를 장례식장으로 운송해주는 일)를 하는 등 장묘 관련 업무를 본다면 이는 폐기물관리법이나 동물보호법 등에 저촉되는 불법 영업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불법·편법 운영이 성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동물 화장시설 부족이다. 동물 화장시설은 주로 경기도에 몰려있고 서울이나 대도시에는 거의 없다. 동물장묘업을 혐오시설로 보는 인식이 큰 탓에 동물 화장시설 등이 들어오는 것을 해당 지역 주민들이 극렬히 반대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단속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처벌이 약한 것도 문제다.
기존 동물보호법 상 무허가·무등록 영업행위에 대한 처벌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전부다. 다행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국회는 지난 4월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켰고 내년 4월부터는 처벌 규정이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된다.
법 개정에도 장묘시설 설치에 대한 규정만 있고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많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의 한재언 변호사는 “장묘업으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가 자기들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은 불법”이라면서도 “만약 등록된 업체와 제휴를 맺고 해당 시설을 사용해 직접 장례를 치르면 동물보호법으로 단속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대표인 박주연 변호사는 “현행법상에서는 관리되지 않은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여지가 크다”며 “동물보호법 강화 취지를 살리려면 이런 미비점들을 하루빨리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상반기에 진행될 합동점검에서 이런 불법 영업 업체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