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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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아프간 강진 이틀 만에 "구조 작업 거의 마쳐" 주장

탈레반 측 “지진으로 사망 1100명, 부상 1600명”
강진 이틀만에 “구조 거의 완료”…외신 ‘의구심’
‘탈레반, 구조보단 생존자 치료 집중’ 분석도
지난 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동부 호스트주(州) 스페라 지역의 어린이들이 강진으로 파괴된 주택 앞에 서 있다.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남동부에서 지난 22일 발생한 강진 관련 사망자 수가 1100명으로 늘었다. 유엔은 2000채가 넘는 가옥이 지진으로 무너졌다고 추산했지만, 아프간을 점령한 탈레반은 이미 모든 인원을 구조했다고 밝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탈레반 당국 관계자는 “(지진 피해 지역인) 파크티카주와 호스트주의 사망자 수가 1100명으로 늘었고, 부상자 수도 1600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탈레반 정부 재난관리부는 “부상자 가운데 1000명 이상은 위중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앞서 탈레반 측은 파크티카주에서만 1000명 넘게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주요 외신들은 이번 지진 희생자 수를 1000명 이상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다만 산간 등지의 피해가 집계되지 않은 데다, 잔해에 깔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돼 인명 피해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탈레반은 관련 구조 작업이 거의 마무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탈레반 정부 재난관리부 대변인인 모함마드 나심 하카니는 “주요 피해 지역의 구조 작업은 마무리됐다”며 “외딴 지역에서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주요 피해지인 파크티카주 탈레반 최고 군사령관 대변인인 모함마드 이스마일 무아위야는 로이터통신에 “구조 작업이 끝났다”며 “아무도 잔해 아래에 갇혀있지 않다”고까지 했다. 통신은 전날 오전까지 구조 작업을 통해 1000여명이 목숨을 건졌다고 전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호스트주 스페라 마을에서 한 노인이 지진으로 파괴된 집 주변에 앉아 있다. AP뉴시스

그러나 수천 채의 가옥이 무너진 상황에서 강진 바로 다음 날 구조 작업이 마무리됐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유엔 측은 지난 22일 “거의 2000채의 주택이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구호 단체도 열악한 상황에서 맨손으로 잔해를 뒤지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증언이 외신을 통해 잇따라 나오는 상황에서, 탈레반의 구조 작업 완료 선언은 지나치게 이르다는 시각이다. 

 

이에 재난 대응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탈레반이 향후 잔해 수색보다는 생존자 치료에 집중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의 아프간 지부장 이자벨 무사르 카를슨은 뉴욕타임스(NYT)에 “지역 당국은 국제기구에 수색·구조 작업이 90% 끝났다고 말했다”며 “구호 단체도 대피시설 지원과 생존자 간호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규모 5.9의 이번 지진은 아프간 남동부 파키스탄 국경 인근의 파크티카주를 중심으로 주변 호스트주 등을 강타했다. 탈레반 측은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했으나, 서방의 제재 등으로 국제기구의 현지 활동도 크게 위축돼 구호 작업에는 상당한 어려움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방송은 “(아프간에) 소수의 구호 단체만 남았지만 이마저도 점점 줄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남동부 긴급 구호에 나선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는 CNN에 “이 지역이 아니더라도 (WHO는) 이미 한계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적십자사연합(IFRC)은 지진이 일어난 직후 “수십 년에 걸친 분쟁과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 무너진 의료 시스템 등의 영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지진) 재난은 국제적이나, 인도적 지원은 방대한 규모로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