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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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과열양상 보이던 청약시장 열기도 빠르게 식어간다

금리 인상, 집값 하락에 주택시장 냉각 여파인 듯

연합뉴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에 기존 주택시장이 냉각되자 2~3년 간 과열양상을 보이던 청약시장도 올해 들어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올 상반기 서울 청약 경쟁률이 지난해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고 무순위 청약도 재수, 삼수가 속출하는 등 없어서 못 팔던 작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25일 뉴시스와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6월23일 기준) 공급된 분양 단지를 분석한 결과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14.0대 1로, 작년 상반기 평균 18.2대 1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수도권의 경쟁률은 30.0대 1에서 13.1대 1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특히 서울의 경쟁률은 작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영등포구 영등포동2가에서 분양한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199.7대 1)만 세자릿 수 경쟁률을 기록했을 뿐 서울대입구역 더하이브 센트럴(67.1대 1), 북서울자이 폴라리스(34.4대 1 ), 신영지웰 에스테이트 개봉역(22.1대 1), 창동 다우아트리체(7.3대 1) 등 대부분 두 자릿수 경쟁률에 그쳤다.

 

작년 말까지 폭등세를 이어가던 집값이 올해 들어서는 주춤하는 모습이 나타나자 청약 시장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3기 신도시 사전청약으로 수도권 청약 수요가 분산된 것도 경쟁률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청약 당첨가점도 작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올해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 커트라인(최저 가점)은 44.5점으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기간 61.1점에 비해 16.6점 낮아진 것이다.

 

지난 4월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분양한 '한화 포레나 미아'는 청약 당첨 최저 가점이 34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강북구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지역으로 이 단지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 수준으로 높게 책정돼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주택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도 저조한 성적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단지는 최초 분양 때 7.3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지만 청약 당첨자의 58%에 해당하는 139가구가 미계약 물량으로 남으면서 무순위청약을 진행했다.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 팰리스'의 경우에도 216가구 중 90%에 해당하는 195가구가 미분양으로 쏟아져 나왔고, 3차 무순위 청약에도 물량을 다 팔지 못해 10~15% 할인 분양에 나선 상황이다.

 

작년 하반기에 분양한 관악구 신림동 '신림스카이아파트'과 동대문구 장안동 '브이티스타일'의 경우에도 각각 8차, 9차에 걸쳐 무순위 청약에 나섰지만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경기도 청약 시장 열기는 더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경기도에서 분양한 단지의 청약 경쟁률은 9.2대 1로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작년 상반기 30대 1에 비해 급락했다.

 

연천군 '전곡역 제일풍경채 리버파크', 동두천시 '브라운스톤 인터포레, 안성시 '안성 공도 센트럴카운티 에듀파크', 'e편한세상 안성 그랑루체', '안성 우방아이유쉘 에스티지', 양주시 '신양주 모아엘가 니케' 등 경기도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미달 단지가 속출했다.

 

지방 광역시도 대전(25.8대 1→11.7대 1), 울산(10.0대 1→4.8대 1), 광주(15.6대 1→6.9대 1) 등 대체로 경쟁률이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집값 하락세가 가파른 대구(6.0대 1→0.2대 1)의 경우엔 올해 분양한 단지 10곳 모두 미달을 기록하며 극심한 침체 분위기로 빠지고 있다. 미분양 주택 물량은 6827가구(4월 말 기준)로 1년 사이 7배 넘게 증가할 정도로 폭증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세종의 경우 183대 1에서 397대 1로 경쟁률이 오히려 높아졌다. 분양 전환 되고 남은 물량이 시세보다 값싼 분양가에 풀린 일부 아파트 경쟁률이 수천대 1을 기록하면서 수치를 끌어올렸다. 로또 청약이라 불렸던 '도램마을13단지 중흥S-클래스 그린카운티'는 20가구 모집에 무려 7만228명이 신청해 351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매매시장과 마찬가지로 청약 시장에서도 수요자들의 '옥석가리기'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입지나 브랜드, 분양가에 따라 청약 흥행 여부가 양극화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리서치연구원은 "금리인상, 대출규제 등이 겹치면서 작년에 비해 전국적으로 청약 경쟁률과 가점이 떨어졌다"며 "청약시장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하거나 입지 여건이 뛰어난 곳을 중심으로 양극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이달 말 규제지역 조정을 예고한 만큼 규제가 풀리는 지역은 하반기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