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한국 주식시장의 성적표는 참담했다. 세계 주요 국가 중에 최하위권 기록이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한국의 주력산업인 정보기술(IT) 업황이 부진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급락의 빌미를 제공했다. 여기에 신용을 끌어 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에 대한 증권사들의 반대매매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매도도 하락 폭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한국 주식시장 10% 이상 하락… 하락률 1위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2685.9에서 2366.6으로 11.8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893.36에서 750.3으로 16.01%나 급락했다. 세계 주요 주식시장들도 대체로 하락했지만, 한국의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세계 주식시장을 이끄는 뉴욕증시의 경우 다우존스가 -4.51%, 나스닥이 -3.92%였다. 영국 FTSE100의 경우도 -5.24%였다. 특히 아시아시장이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과 비교해 보면 한국 주식시장의 하락은 더욱 뼈아프다. 일본 닛케이225의 경우 같은 기간 -2.89% 하락에 그쳤고, 홍콩항셍(1.42%), 상하이종합(5.13%) 등은 되레 상승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RTS는 무려 17.12% 급등했다.
◆경기침체 우려·반대매매가 급락 이끌어
전문가들은 경기침체로 IT 업종의 실적이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IT 업종 비중이 높은 한국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18%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주식은 이 기간 13.35%나 빠졌고, 약 53조원가량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한국의 반도체 지수는 6월 들어서만 19.57% 하락했다.
증권사들이 주가 하락으로 매도에 적극 나서는 ‘반대매매’ 물량이 늘어난 것도 하락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정해진 기간 안에 돈을 못 갚으면 증권사들은 강제로 주식을 처분하는데, 이를 반대매매라고 부른다. 증권사들은 빠른 자금 회수를 위해 하한가로 물량을 매도하곤 해 주가 낙폭이 커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2일까지 국내 증시 반대매매 물량은 하루 평균 212억원으로 지난달 하루 평균 165억원보다 28% 늘었다. 증권사 반대매매가 늘어나면, 개인이 신용을 통해 주식에 투자한 금액인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줄어든다. 실제로 2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9조2161억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았다.
외국인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공매도 역시 기승을 부리며 한국 주식시장을 끌어 내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500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4778억원)과 비교해 227억원이 늘었다. 외국인은 6월 한 달 동안 전체 공매도(8조92억원) 거래대금 중 76.2%(6조1034억원)의 비중이었는데 이는 지난달(74.1%)은 물론 전체 거래대금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72.2%)과 견줘도 높다.
◆반등 쉽지 않은 코스피… 하반기에도 어렵다
부진한 상반기 흐름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 증권가의 전망이다. 무엇보다 경기침체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올 4분기에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앙은행의 빠른 긴축 및 통화정책 불확실성, 원자재 부담, 기업들의 감원 및 주문 취소가 경기침체를 앞당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13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도 경기침체에 따른 달러 선호 현상 강화로 인해 좀 더 올라갈 여지가 남아 있다. 시장에서는 1350원대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하반기 주식시장도 침체 국면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고 있다. 시장 내부에선 올해 코스피가 3000을 다시 넘을 수 있다는 낙관론이 완전히 사라졌다. 일부 증권사들은 올해 하반기에도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라며 코스피 하단 전망치를 2100∼2200으로 낮춰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