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에서 지방권력이 대거 교체되면서 문재인정부와 민선 7기 지방정부에서 추진됐던 메가시티 구축 사업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메가시티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됐던 정책이다. 내년 1월 공식 사무가 시작되는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부울경 메가시티)’은 새로 뽑힌 광역단체장들이 제동을 걸면서 흔들리고 있다. 광주시·전남도의 행정통합 시도도 기로에 섰다. 반면 충청권은 4개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이 공동 추진을 선언하면서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부울경 메가시티 ‘흔들’
문재인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올해 초 출범한 국내 첫 특별지방자치단체인 ‘부울경특별연합’은 중대기로에 섰다. 민선 8기 출범을 앞두고 수장이 바뀐 울산시와 경남도가 당선자의 의지에 따라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울경 단체장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 당선됐다.
부울경특별연합은 부산·울산·창원·진주 4개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인근 중소도시와 농어촌을 연결하고, 하나의 공동체를 조성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40년까지 인구를 1000만명으로 늘리고, 지역내총생산(GRDP)을 현재 275조원에서 491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국가균형발전 모델로 추진돼 왔다. 민선 7기 시절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적극 나서 같은 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과 의기투합해 급물살을 탔다. 지난 4월19일 발효된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 규약에 따라 특별연합 행정기구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정대로라면 오는 9월까지 특별연합 의회를 구성하고, 내년 1월 공식 사무가 시작된다.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자는 부울경 메가시티 자체에 부정적이다. 부산과 경남보다는 경북 경주·포항과의 동맹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김 당선자는 선거 직후 “부울경 메가시티를 구성하면 울산 경제가 대도시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며 “울산은 같은 신라 문화권인 경주와 포항 두 도시와의 동맹을 더 강화한 후 메가시티에 참여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부산과 경남에 비해 도시 규모가 작은 울산이 부울경 메가시티보다는 경주와 포항과 묶은 ‘해오름동맹’에서 주도권을 더 확보해 추후 부울경 메가시티에 참여하는 게 실익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울산시는 2016년 6월 울산∼포항 고속도로 개통을 계기로 경주·포항시와 해오름동맹을 맺었다. 이후 에너지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해오름원자력혁신센터를 개소했고, 여행상품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해왔다.
박완수 경남지사 당선자는 신중론을 보이고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와 관련해 수도권에 대응하는 지방 공동대응은 필요하다면서도 경남도의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박 당선자는 “수도권 과밀 현상은 국가경쟁력을 저하하는 요인이고, 거대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방의 공동대응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경남은 부산과 울산 같이 단일 도시가 아니다. 도시 기능들이 집중돼 있는 광역시와는 여건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며 “경남도지사 당선자 입장에서는 우리 도와 도민의 유불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용역 추진
경남도는 박 당선자의 뜻에 따라 ‘부울경특별연합’ 자체 연구용역을 별도로 진행할 예정이다. 전임 지사 시절 이뤄진 부울경 공동연구 결과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도는 다음 달부터 오는 9월까지 3개월 일정으로 부울경 메가시티 실익과 경남도 내 균형발전 방안 등에 대한 내용을 골자로 세부계획을 수립 중이다. 울산시도 경남도와 마찬가지로 메가시티에 대한 자체 용역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부산·울산·경남 세 지역은 메가시티 관련 연구를 함께 진행했다. 2020∼2021년 각 지역 연구원이 동남권발전계획 수립 공동연구로 메가시티의 뼈대를 완성했고, 지난해 ‘동남권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방안 연구’를 함께 추진했다. 두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부울경 초광역권 발전계획’을 마련했다. 용역에는 각 지역당 1억원씩 3억원 예산이 쓰였다. 추진단 구성과 운영 등에는 15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광주·전남은 행정통합을 위해 연구용역에 1억원의 예산을 썼다. 또 연구용역비만 낭비하게 된 셈이다.
◆광주·전남 행정통합도 ‘백지화’ 수순
민선 7기 광주시와 전남도가 추진했던 행정통합도 민선 8기 광주시장이 바뀌면서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2020년 9월 당시 이용섭 광주시장은 전남도에 시·도 행정통합을 제안했다. 이 시장은 “따로따로 가면 완결성도 경쟁력도 확보하기 어렵다. 지금처럼 사안마다 각자도생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면 공멸뿐”이라며 “해결책으로 광주전남의 행정통합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통합의 이유를 밝혔다. 전남도 김영록 지사가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제안 두 달 만인 11월 이 시장과 이 지사는 행정통합 논의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지난해 10월 광주전남연구원에 행정통합의 방안 등에 관한 연구 용역을 의뢰하는 등 후속조치가 이뤄졌다. 올 10월 용역 최종 결과가 나온다. 연구 용역 후 6개월 검토과정을 거쳐 시도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 6·1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에 강기정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행정통합 논의는 백지화 수순을 밟고 있다.
강 당선자는 지난 15일 “공감대가 없는 행정통합은 논란만 불러올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민선 7기에서 추진했던 행정통합의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그는 대신 광주·전남을 하나의 경제생활권으로 묶는 경제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당선자는 “5년 전 민선 7기 시장 도전 당시에도 500만 경제통합론을 주장한 바 있는데, 부울경 메가시티가 추진되는 것을 보면서 부러웠다”면서 “현재는 행정통합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충청권의 초광역 협력은 가시화되고 있다. 충남·북도와 대전시, 세종시 등 4개 광역단체장 당선자의 인수위원회에서 충청권 메가시티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 당선자는 최근 충청권 메가시티 준비위원회 출범을 공식 제안했다.
선거운동 때부터 김태흠 충남지사, 김영환 충북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당선자은 생활·경제권을 하나로 묶는 ‘충청권 메가시티’ 구축을 함께 추진키로 공약하고, 이를 공동 선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