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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 코앞…노사 줄다리기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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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7차 전원회의 앞두고 노사 나란히 회견
勞 “생계비 지출 늘어… 인상해야”
使 “금리·환율 올라 기업 여력 없어”
1730원差 놓고 줄다리기 가열

“양측 한발씩 타협하는 자세 필요”
29일 심의기한… 예년처럼 넘길 듯
2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최저임금 전국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현장 증언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은 물가 폭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실효성 있는 물가 대책을 수립하라.”(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고물가·저성장 기조로 최저임금 인상을 감내할 여력이 없다. 임금 인상을 위해 빚을 낼 수는 없지 않나.”(중소기업중앙회)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를 하루 앞둔 27일, 노사 단체가 일제히 기자회견을 열고 각각 고물가와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이같이 주장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의 법정 기한은 29일이다. 그러나 회의장 밖 ‘장외 싸움’이 치열한 데다, 양측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안 차이가 1730원(18.9%)에 달해 예년처럼 법정 기한을 넘기고 공익위원이 중재하는 식의 구태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물가 둘러싼 해석 달라…간극 좁혀질까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며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약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 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6.7%로 2008년 7월(7.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노사 평가는 엇갈린다. 노동계는 물가가 오르면 필수 생계비 지출 비중이 높은 저소득 가구가 불리해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 지출은 전년 대비 1.7% 증가에 그친 반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3.2% 늘었다.

이에 노동계는 물가상승률 및 임금 근로자의 평균 소득 등을 반영한 ‘가구 생계비’를 근거로 인상 요구안을 내놨다. 자체 산출한 가구 유형별 적정 생계비는 시급 1만3600원 수준인데, 경제 위기 상황을 고려해 80% 수준으로 인상률을 설정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데다 물가와 금리, 환율,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동반 상승한 경제상황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특히 현재 최저임금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20년 기준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62%로 OECD 30개 국가 중 7위다. 2016년 50%(17위)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노사 인식차는 설문조사에서도 뚜렷하다. 민주노총이 이날 서울 정동 사무실에서 발표한 ‘최저임금 전국 설문조사 결과’(근로자 1766명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3%가 내년도 최저임금 적정 수준으로 시간당 1만530~1만1480원을 꼽았다. 이에 반해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소상공인 1105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최저임금 수준을 올해보다 인하(48.2%)하거나 동결(38.9%)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제도 개악 분쇄 및 대폭 인상을 주장하는 천막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인상'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노사 합리적인 선 찾아야”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이 지난해부터 시작된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서 비롯돼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만큼, 노사 양측이 각자 논리를 앞세우기보다 한 발짝씩 타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은 “물가가 너무 올라서 경영계의 동결 주장은 공감받기 어렵고, 최저임금 하나만 가지고 노동계 말대로 물가상승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올릴 경우 물가가 다시 상승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노사가 합리적인 선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은 내달 2일 서울 도심에서 주52시간제 개편 등을 포함한 윤석열정부 노동 정책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다만, 당초 광화문 일대에서 열 예정이었던 해당 집회는 경찰이 이미 불허한 상태여서 강행할 경우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