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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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지’ 서초행 택한 홍익표, 당내 중진들 ‘긴장’

중구 성동구갑에서 ‘공석’ 서초을 지역위원장 도전
3선이상 동일지역 불출마 ‘쇄신’ 동력 얻을 수도
서울에만 10명…우상호만 차기 총선 불출마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서울 중구성동구갑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27일 서울 서초을 지역위원장 공모에 응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초을 지역위원장으로 확정되진 않았지만 3선 이상 의원의 동일 지역구 불출마가 ‘쇄신’ 중 하나로 거론되는 만큼 당에 미칠 여파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홍 의원 측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 통화에서 “서초을 지역위원장에 공모한 것은 맞다”며 “다른 응모자도 있는데다 아직 확정된 게 아니라 언급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보수세 강한 서초, 험지 중의 험지

 

서초을은 서울에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구 중 하나다. 서초동과 양재동, 내곡동, 방배동 일부가 지역구인데 유권자 대다수가 고소득층이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로 민주당계열 정당이 총선에서 단 한 번도 이긴적이 없다. 현재는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지역구 의원이다. 21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였던 박경미 전 의원이 지역위원장을 맡아 고군분투했으나 45.01% 득표율로 낙선했다. 이후 박경미 전 의원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가면서 지역위원장은 공석이었고, 그 자리를 이번에 홍 의원이 신청했다.

 

홍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에 서울 성동을에서 처음 당선됐고 이후 2016년과 2020년 총선 때에는 중·성동갑에서 내리 재선·3선에 성공했다. 당에서는 정책위의장과 민주연구원장, 수석대변인 등 요직을 거쳤다. 6·1지방선거에서 성동구는 한강벨트 중 유일하게 민주당이 승리한 지역이다. 홍 의원이 서초을 지역위원장으로 확정되면 상대적인 ‘텃밭’을 벗어나 ‘험지’로 옮기는 격이 된다. 홍 의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경제민주화, 호남, 청년 등 기존 지지기반을 넘어서서 확장을 하는데 민주당은 계속 조급하고 정치를 너무 좁게 보는 것 아닌가“라며 “이대로 수도권이 계속 어려운 채 둔다면 수권정당이 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선 직전에 움직이는 건 너무 의미없는 몸짓일 수 있다”며 “2년 전부터 가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서초와 인연이 아예 없진 않다. 홍 의원은 신혼 때부터 서초구에 약 15년을 거주했다고 한다.

 

홍 의원의 선택이 일단은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야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비례대표 의원 중에 양경숙, 김경만 의원은 벌써부터 양지인 호남에서 재선을 하겠다고 얼굴 비추는 데 그런 것과 비교하면 훨씬 치켜세울만하다”라고 말했다. 이상직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전북 전주을엔 비례대표 양경숙 의원이, 무소속 양향자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엔 비례대표 김경만 의원이 지원했다. 일반적으로 비례대표 의원이 재선에 도전할 땐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 또는 ‘험지’를 택하는 데 그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강하게 나오는 상황이다.

 

◆3선 이상 중진들에게 충격파 될까

 

당 안팎에선 홍 의원의 행보가 중진들에게 ‘충격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는 ‘국회의원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제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에 따르면 홍 의원은 이미 동일 지역 3선을 지냈다. 서울의 다수 의원들이 이미 동일 지역 연속 3선을 역임한터라 다음 총선 직전 쇄신 작업에 들어가면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말도 나온다. 서울에선 홍 의원을 포함해 김영주(서울영등포갑)·노웅래(서울마포갑)·박홍근(서울중랑을)·서영교(서울중랑갑)·안규백(서울동대문갑)·우상호(서울서대문갑)·우원식(서울노원을)·이인영(서울구로갑)·인재근(서울도봉갑) 등 10명 의원이 이 조건에 해당한다. 이미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을 빼면 적지 않은 중진들이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용퇴하라는 ‘86(80년대 학번·60년대생)그룹의 마지막 몸부림”이라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강남이 험지이긴 하지만 86그룹 용퇴하라고 했더니 결국 지역 옮겨서 출마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홍 의원이 의미 있는 행보를 했지만 후속타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소한 86그룹이 용퇴는 못하더라도 홍 의원처럼 다른 의원들이 험지 출마를 하겠다고 계속해서 손을 들어야한다는 것이다. 야권관계자는 통화에서 “특히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들을 주목할텐데 우 위원장은 불출마 선언했으니 남은 건 이인영 의원 아니겠나”라고 언급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