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안보 불안감에 시달리는 핀란드와 스웨덴은 과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핀란드·스웨덴 양국의 ‘운명’이 걸린 담판이 열릴 예정이어서 국제사회 이목이 집중된다.
핀란드 정부는 27일(현지시간)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이 내일(28일) 마드리드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만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나토와 최근 그 회원국 지위를 신청한 핀란드·스웨덴, 그리고 두 나라의 나토 가입에 반대해 온 튀르키예가 4자회의를 갖는 것이다. 정상들이 회동을 앞두고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선 핀란드·스웨덴·튀르키예 3국 외교안보 당국과 나토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실무회의가 열렸다.
사실 나토 기존 회원국들은 튀르키예만 빼면 모두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찬성한다. 핀란드는 1939∼1940년 이른바 ‘겨울전쟁’에서 소련(현 러시아)과 싸우며 가공할 전투력을 발휘한 바 있다. 스웨덴 역시 오랫동안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첨단무기 생산에 필요한 노하우를 쌓아왔다. 두 나라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경우 러시아와의 대결에서 나토가 우위를 점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나토 회원국 중 유일하게 튀르키예가 반대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의 대표적 반(反)정부 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핀란드·스웨덴이 테러리스트의 활동을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을 편다. 그동안 핀란드·스웨덴은 PKK에 우호적 입장을 취해왔고 특히 스웨덴 의회에는 쿠르드족 출신 의원 6명이 있는데, 양국의 나토 가입 신청 후 튀르키예는 바로 이 점을 들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나토는 기존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신규 회원국을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다. 어느 한 회원국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회원국을 늘릴 수 없다는 뜻이다.
다급해진 핀란드·스웨덴은 둘 다 자국의 테러 관련 규정을 재정비하는 등 튀르키예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해왔다. 앞서 튀르키예는 핀란드·스웨덴이 자국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는 점도 문제 삼았는데 최근 양국은 튀르키예 측에 “우리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면 무기 수촐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 역시 튀르키예와 핀란드·스웨덴 사이에서 적극적인 중재 외교를 펼쳐왔다.
일각에선 튀르키예·핀란드·스웨덴 3국 정상의 만남이 성사된 점만 보더라도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다. 정상회의가 열린다는 것 자체가 실무자들 간 접촉에서 의견차가 상당히 좁혀졌음을 의미한다는 취지에서다.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마드리드로 이동하는 도중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과 만난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튀르키예는 우리와 핀란드 정부에 많은 의문을 제기했고, 양국은 그간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마드리드에선 가입 절차 진척을 위한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핀란드·스웨덴·튀르키예 4자회의에서 최종적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