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함께 사라졌던 조유나(10)양은 끝내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이들의 행적과 폐쇄회로(CC)TV에 담긴 마지막 모습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생활고에 시달린 조양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유력하게 추정된다. 실종 경보가 발령된 뒤부터 조양의 생환을 가슴 졸이며 기다렸던 시민들은 분노와 슬픔,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신고부터 발견까지 ‘일주일’
29일 광주경찰정과 완도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20분쯤 전남 완도군 송곡항 앞바다에서 인양한 아우디 승용차 내부에서 조양 일가족 3명으로 보이는 탑승자들이 확인됐다. 실종 신고일로부터 일주일, 실종일로부터 한 달 만이다.
이들은 성인 남녀와 어린이 1명으로 모두 사망한 상태였다. 지문 대조와 유전자 감식 등 절차가 남아있지만 시신의 옷차림과 조양 가족이 마지막으로 CCTV에 찍힌 당시의 옷차림이 같은 것으로 확인돼 경찰은 동일인들로 추정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조양 가족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제주도로 교외 체험학습을 다녀온다는 신청서를 학교에 냈다. 체험학습 기간 이후에도 조양이 등교하지 않자 학교 측이 지난 22일 경찰에 신고하면서 조양 가족의 실종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은 24일 실종 경보를 발령하고 조양 가족을 찾아나섰다. 추적 결과 조양 가족은 제주도에 가지 않았으며, 차를 타고 완도에 간 뒤 지난달 30일 생활반응이 끊긴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폐쇄회로(CC)TV엔 조양으로 추정되는 아이가 어머니 등에 업혀 펜션을 나서는 모습이 담겼다. 2시간 뒤 펜션 인근에서 조양과 어머니의 휴대전화가 꺼졌고, 3시간이 지난 오전 4시쯤 차로 7분 거리인 송곡선착장에서 조양의 아버지 휴대전화가 꺼졌다.
경찰은 28일 송곡항 인근 바다에서 조양 가족의 차량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발견했으며, 이날 오전 인양작업을 시작해 조양 가족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들을 확인했다.
◆축 처진 아이…부모는 ‘익사 고통’ 검색
조양의 사진 공개와 함께 실종 경보가 발령되면서 사람들은 조양 가족이 생환하기를 바라며 기다렸다. 하지만 26일 언론을 통해 가족의 마지막 모습이 공개되면서 실종가족의 사망 우려가 커졌다.
해당일 밤 11시에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를 어머니가 업고 나가는 모습은 누가 봐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등에 업힌 조양이 축 처져 있었다는 점에서 당시 이미 사망했거나 의식이 없는 상태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통 그 정도 나이면 업고 움직이면 깨는데 CCTV를 보면 아이가 축 늘어져 있다”면서 “수면제 등을 염두에 둘 만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루 숙박비가 40만원 이상인 풀빌라에 머무른 이유에 대해서도 “마지막이면 비용은 중요하지 않다. 아이에게는 여행이라고 얘기했고 거기에 적합한 모양새를 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도 “심야시간에 움직였다는 점이 의심스럽다”면서 “아이가 의식이 분명하지 않은 모습으로 엄마에게 업혀 나갔가는 모습이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 “일반적인 여행이나 농촌 체험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른 목적으로 그곳에 갔다는 사실을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조양 부모가 사업과 코인투자 실패로 생활고를 겪다 아이를 태우고 스스로 바다로 차를 몰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양 부모는 암호화폐인 ‘루나 코인’을 구매했다가 폭락으로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조양 부모가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실종 당일까지 ‘루나 코인’을 여러 차례 검색한 내역을 확인했다.
조양 부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주변인들의 증언도 나왔다. 광주 서구에서 컴퓨터 판매점을 운영하던 조양 아버지는 지난해 7월 폐업했고, 어머니 역시 비슷한 시기 직장을 그만두고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 가족이 살던 집 우편함에는 채권추심기관 독촉장과 민사소송 통지서 등이 쌓여있었으며 집 월세가 밀린 상태로 밝혀졌다. 여기에 총 1억여원의 카드빚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조양 부모가 포털사이트에 ‘수면제’와 극단적 선택 방법을 검색한 이력도 확보했다. 특히 ‘완도 방파제 수심’, ‘방파제 차량 추락’, ‘익사 고통’ 등을 검색했던 정황이 확인돼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왜 아이까지”…시민들 탄식
차량 인양과 실종가족 추정 시신 발견 소식을 전해 들은 시민들은 “살아 돌아오길 바랐는데…”, “너무나 슬픈 소식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은 주로 “부모의 극단적 선택에 아이까지 희생시킨 것이라면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 “젊은 사람들이 죽을 결심으로 왜 살지 못했나”, “아이는 놀러가는 줄 알고 좋아했을텐데…”, “아이가 무슨 죄라고 데리고 가나” 등 조양 부모를 원망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아이 부모 함부로 욕하지 말자. 오죽하면 그랬겠나”, “차마 아이를 두고 가지 못했던 부부의 심정, 아무것도 모른채 죽음을 당한 아이 모두 너무너무 불쌍하다”, “힘든 상황을 주변에 알리기가 더 힘들었을 것” 등 조양 부모의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는 반응도 있었다.
조양 부모가 ‘루나 코인’을 자주 검색한 사실을 언급하며 코인·주식 투자의 실패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댓글도 여럿이다. 또 “열심히 살아도 잘 살지 못해 젊은사람들을 코인·주식에 빠지게 하는 이 사회의 책임이다”, “정부에서는 어려움에 빠진 자영업자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등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경찰은 유전자 정보로 신원 확인 중이다. 이후엔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힐 계획이다. 또 차량 변속 기어 장치가 주차 모드(P)에 놓여 있었던 점 등을 토대로 차량 정밀 감정을 의뢰해 고장·단순 교통사고, 사고 고의성 여부 등을 살핀다. 경찰 관계자는 “일가족 극단 선택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