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 위협에 맞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의 안전보장을 위해 유럽 배치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나토 스페인 마드리드 정상회의에서 “유럽의 달라진 안보환경에 대응하고 우리의 집단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전력 태세를 강화한다”며 “우리는 나토가 지상, 공중, 해상을 포함한 모든 영역과 모든 방향에서 오는 위협에 대응할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초 우리는 러시아에 대응하고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2만명의 미군을 추가로 유럽에 파병해 유럽에 있는 총 병력을 10만명으로 늘렸다”면서 “우리는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의해 위협에 따라 우리의 태세를 계속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P통신은 안보 당국자를 인용, 유럽 주둔 미군을 앞으로 10만명 선으로 유지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이번 정상회의에 앞서 현재 4만명 수준인 나토 대응군을 30만명 규모로 늘릴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어 나토 동맹국과 러시아의 신냉전 전선이 더욱 공고화할 예정이다.
이번 미국의 군사력 증강은 폴란드 등 과거 소련 위성국가 출신의 나토 회원국에 집중된다는 특징이 있다. 미국은 폴란드에 육군 제5군단 전방사령부 본부를 야전지원대대와 함께 상시 주둔시키기로 했다. 5군단은 미국 육군의 유럽 지역 작전을 관할한다. AP통신은 이번 조치가 러시아 인근 지역에 처음으로 상시 부대를 배치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각각 3000명과 2000명 규모의 전투여단이 순환 배치된다. 발트 3국으로 불리는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에는 기갑, 항공, 방공, 특수부대 등의 순환배치가 강화된다.
나토와 러시아는 1997년 냉전 이후 러시아와 유럽 간 건설적 관계 형성을 위해 러시아 인접 국가인 동유럽에는 나토 부대를 상시 주둔시키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러시아가 이번 부대 배치 방침에 반발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은 이 밖에 △영국에 F-35 스텔스기 2개 대대 추가 배치 △스페인 로타해군기지 주둔 해군 구축함을 기존 4척에서 6척으로 확대 △독일·이탈리아의 방공체계 강화 등 조치를 진행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에 부대 태세 변경 사항을 통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러한 변화에 대해 모스크바와 소통한 적이 없으며 그렇게 해야 할 의무도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튀르키예(터키)가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 반대 의사를 철회하면서 미국이 나토의 전력 강화 차원에서 튀르키예에 F-16 전투기를 판매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튀르키예는 러시아제 S-400 지대공미사일 구매로 미국의 F-35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도입이 무산되자 대신에 F-16 전투기 구입을 타진했으나 미국은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