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무너지고 잠기고… ‘물폭탄’에 피해 속출

중부지방 최대 300㎜ 호우

공주 주택지붕 무너져 90대 숨져
용인 공사장 웅덩이 빠져 60대 사망
수원 중고차단지 車 100여대 침수
벼 등 농작물 3000㏊ 피해 집계

서울 동부간선도로·잠수교 통제
화물차 등 빗길 교통사고 사망
30일 오전 시간당 100㎜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충남 서산시 운산면 용장리의 한 다리가 넘쳐흐르는 강물을 이기지 못하고 붕괴하면서 이곳을 지나던 승용차가 다리 아래로 추락해 있다. 뉴스1

지난 29일 저녁부터 수도권과 강원, 충청지역에 최대 300㎜의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침수와 고립 사고 등의 피해가 속출했다. 도심 도로 곳곳이 전면 통제돼 출근길 교통정체가 빚어졌고, 빗길 사고도 잇따랐다. 한동안 폭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도로교통공단은 빗길 교통사고 치사율이 맑은 날에 비해 1.4배 높다며 운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30일 공주 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0분쯤 충남 공주시 이인면 한 단독주택에서 무너진 지붕 더미에 깔린 채 발견된 A(93)씨가 구조됐으나 결국 숨졌다. 경기 용인시에선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60대 근로자가 폭우로 생긴 물웅덩이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물웅덩이는 폭 20m, 깊이 4m가량이었다.

 

시간당 100㎜의 강한 비가 내린 충남 서산시에서는 저지대 침수 주택 등 8곳에 갇힌 주민 21명이 구조됐다. 충남과 경기, 서울의 주택 60채, 충남의 상가 22곳이 침수됐다. 수원시에서는 권선구 1호선 전철 세류역 지하통로가 침수되면서 시민들이 신발을 벗고 승강장으로 향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권선구 중고차 매매단지에서는 차량 100여대가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도심 곳곳이 통제되면서 교통정체나 사고 등 ‘교통대란’도 일어났다.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내린 30일 경기도 의정부시 중랑천에서 보행교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서는 중랑천 수위가 상승하면서 동부간선도로가 이날 오전 6시43분부터 전 구간 전면 통제됐다. 오전 9시4분부터는 잠수교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양재천로 하부도로와 서부간선도로 광명대교에서 서부간선요금소 구간도 각각 통제됐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서울시 전체 평균 차량 속도는 시속 14.7㎞, 오후 3시에도 시속 16.6㎞에 불과할 만큼 하루종일 정체가 극심했다. 이에 서울시는 출퇴근길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중교통 집중배차 시간을 출근 시간대 오전 9시30분까지, 퇴근 시간대 오후 8시30분까지 30분씩 연장했다.

 

이날 오전 5시16분쯤 강동구 광진교남단사거리에서 승용차 두 대가 충돌해 운전자 2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3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일대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인천시 계양구 서운동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에서는 0시20분쯤 서운분기점 일산 방면 1차로를 달리던 아반떼 승용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30대 남성 운전자는 차량 바깥에 나와 서 있다가 같은 방향으로 달리던 다른 승용차 2대에 치여 숨졌다. 오전 1시4분엔 충북 제천시 봉양읍 중앙고속도로에서 부산 방향으로 가던 25t 화물차가 가드레일을 잇달아 들이받는 사고가 나 50대 운전자가 숨졌다.

 

계속된 폭우로 이날까지 충남 서산·당진과 경기도 화성 등에서 약 3000㏊(헥타르)의 농작물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고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혔다. 구체적으로 벼 재배지 2901㏊, 밭작물 9㏊, 시설작물 3㏊ 등이 물에 잠겼다.

 

도로교통공단은 장마철 교통안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단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발생한 빗길 교통사고는 총 6만9062건으로, 연평균 1만3800건이 넘는다. 빗길 교통사고의 경우 치사율이 사고 100건당 2.1명으로, 맑은 날(1.5명)보다 약 1.4배 높을 정도로 위험하다.

 

고영우 도로교통공단 교통AI빅데이터융합센터장은 “젖은 도로를 고속으로 주행하는 경우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 물막이 형성돼 자동차가 미끄러질 수 있다”며 “반드시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20∼50% 이상 감속 운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준무·이강진·이보람 기자,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