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동물은 ‘판다’다. 이는 먹이의 99%가 대나무인 특이한 식성 때문이다.
그런데 이처럼 판다가 대나무를 좋아하는 특이한 식성이 무려 600만년전부터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나무를 잡는 데 이용하는 여섯 번째 손가락과 같은 독특한 가짜 엄지가 고대 화석에서도 발견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자연사 박물관’의 왕 샤오밍 박사 연구팀은 고대 판다 조상에게도 현재와 같은 ‘6번째 손가락’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0년과 2015년 중국 남서부 윈난성에서 발굴했던 약 700만~600만 년 전 중신세 후기에 서식했던 고대 판다의 한 속(屬)인 ‘아이루라르크토스’(Ailurarctos)의 화석이 가짜 엄지손가락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오늘날 판다의 것보다도 더 길었음을 발견했다.
손목에서 엄지처럼 돌출된 뼈는 대왕판다가 가진 여섯 번째 손가락의 가장 오래된 증거가 됐다.
판다의 가짜 엄지 존재는 100여년 전에 처음 알려졌으나 화석이 많지 않아 10만∼15만년 전까지만 기록이 확보된 상태였다.
왕 박사는 “대왕판다는 대나무숲 깊은 곳에서 고기와 산딸기 대신 영양은 낮지만 아열대숲에 많았던 대나무를 먹는 쪽으로 옮겨갔다”면서 “대나무를 씹어먹을 수 있는 크기로 잘게 쪼개기 위해 줄기를 단단히 붙잡는 것은 많은 양의 대나무를 먹는 데 가장 중요한 적응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이 화석을 통해 현대 대왕판다의 가짜 엄지가 외형적으로 덜 발달된 형태를 보이는 이유도 규명했다.
아이루라르크토스는 가짜 엄지가 대왕판다보다 길고 직선형인데 비해 대왕판다는 짧은 갈고리형이어서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가짜 엄지를 대나무를 잡고 뜯어먹을 때는 물론 다음 먹이를 찾아 걸어갈 때 몸무게를 지탱하는데도 이용하는 과정에서 긴 뼈가 짧은 갈고리형으로 진화하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 공동 저자인 애리조나주립대학 인류기원연구소의 데니스 수 부교수는 “500만∼600만 년이면 판다가 더 긴 가짜 엄지를 갖는데 충분한 시간이지만, 이동할 때 몸무게를 받쳐줘야 하는 진화적 압력이 가짜 엄지를 (걷는데) 방해되지 않으면서 (대나무를 잡을 때) 유용할 수 있게 짧고 강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왕 박사는 “육식성 조상에서 진화해 대나무만 먹는 종으로 바뀐 판다는 많은 장애를 넘어야만 했을 것”이라면서 “손목뼈에서 나온 마주 볼 수 있는 ‘엄지’는 판다가 넘은 장애 중 가장 놀라운 진화일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