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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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정치적 운명’ 달린 윤리위 징계 심의 나흘 앞으로

'당내 권력지형 바로미터' 李 징계심의, 후폭풍 전망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이준석 이준석 대표(〃 세번째)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달린 윤리위원회 징계 심의가 3일로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대표의 '성상납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윤리위 심의 결과에 따라 당사자의 정치생명은 물론이고 여권의 권력 지형 역시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돼 여권 안팎의 긴장도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징계 심의의 결과를 이 대표와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주도권 다툼에서 '승자'를 결정짓는 가늠자 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의 향배에 당 안팎의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윤심을 둘러싼 이 대표와 친윤 그룹관 기싸움도 격화될 전망이다.

 

지난주 이 대표의 행보는 '윤심 구애'로 모아졌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을 '깜짝 영접'했다. 이후에는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 대통령의 첫 외국 출장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발언들을 내놨다.

 

앞서 주중에도 윤 대통령의 출장 기간 지방을 돌며 대선 공약을 챙기기도 했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윤리위 개최를 앞둔 이 대표가 장제원 의원 등 당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그룹과의 갈등 속에 자신에 대한 '고립 구도'가 심화하자, '고공전' 방식으로 윤심과의 연결고리를 강조하고 나선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이상기류가 있다는 시선을 차단하면서 윤심과 윤핵관 등 친윤계를 '분리 대응'하는 전략으로도 분석된다.

 

이 대표는 남은 기간 자신의 무고함을 강조하기 위해 윤리위를 상대로 한 '반격 카드'도 지속해서 꺼내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반면 친윤계 그룹에서는 박성민 의원의 당대표 비서실장직 사퇴에 윤심이 담겼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 대표와 대통령실 간의 가교 역할을 했던 박 의원이 윤리위 목전에서 사퇴한 것은 그 자체로 윤심이 이 대표를 '손절'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파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일부는 초재선을 대상으로 '맨 투 맨'으로 접촉하며 여론전에 나섰다는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 초선 의원은 3일 통화에서 "굳이 이 대표나 윤리위를 언급하지 않아도, 이 시점에 윤핵관이 밥 한 끼 먹자고만 해도 머리가 복잡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윤핵관의 맏형 격으로 불리는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이 당 지지도 하락 원인에 관해 묻자 "지도부가 여러 현안에 제대로 대처를 못 해서"라며 "저부터 당내 갈등 상황이 빨리 수습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권 원내대표는 그동안 이 대표와 다른 친윤계와의 갈등 상황에 대해 상대적으로 구체적 언급을 자제해왔다. 현직 지도부 일원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됐다. '지도부 대처'에 문제의식을 피력하면서 앞으로는 주도적 역할을 예고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내 의원들은 대체로 이 대표의 거취 관련 문제나 이를 둘러싼 내홍에 공개적인 언급을 삼간 채 숨죽이고 돌아가는 상황을 살피는 모습이다.

 

특히 이 대표의 징계 심의 안건인 성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관해서는 수사 결과 등이 나올 때까지 사실관계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 대표 개인에 대한 호불호나 그의 거취에 따른 당내 역학 구도 문제와는 별개로 자당의 '청년 당수'의 성 비위가 확인될 경우 당에 몰아칠 메가톤급 파장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징계 찬반 논의가 물밑에서 조심스럽게 오가긴 한다. 그 중심에는 이 대표 징계 여부에 따른 당내 지형 변화에 대한 고민과 복잡한 셈법이 깔렸다.

 

이 대표가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아 물러나게 되면 당장 차기 당권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적 주자들 간에 차기 지도부의 구성 시기 및 형태 등을 두고 각자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또다른 혼란상을 맞을 공산이 적지 않다.

 

당 차원에서는 이 대표의 핵심 지지기반으로 여겨지는 청년층 이탈에 따른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화려한 언변과 직설 화법으로 '여론전'에 능한 이 대표가 당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는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도 변수다.

 

반대로 이 대표가 징계 결정을 면해 '멍에'에서 벗어나거나 혹은 '당원권 정지 이하'의 징계를 받고 당대표직을 유지하겠다고 할 경우 친윤계와 갈등은 더 가팔라지며 내홍이 악화일로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집권여당 당대표와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측근 그룹 사이 균열에 따른 부담은 결국 정권의 몫이 된다. 여소야대 국회 지형으로 어려움이 큰 마당에 여당마저 단일대오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윤석열정부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공교롭게도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은 윤리위 개최 바로 전날 대면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오는 6일 새 정부의 첫 고위 당·정·대 회동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고위 당정협의회의 경우 당에서는 이 대표·권 원내대표,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진복 정무수석·최진목 경제수석 등이 참석하고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당 출신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이 참석 대상이다. 이 대표의 징계 심의나 거취 문제가 필연적으로 화제에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여권 고위 관계자는 다만 "고위 당정 협의회는 이 대표의 윤리위 심의와 무관하게 잡힌 자리로, 윤리위 관련 논의는 전혀 없을 예정"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