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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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양 가족 차량 변속기 ‘주차 P’ 의문…전문가 견해는?

"차량 설계에 따른 전자 제어장치 개입 여지" / "입수 충격으로 차내 운전자 신체 흔들리며 변속기 건드렸을 가능성"
전남 완도에서 실종된 초등생 조유나양 가족이 타고 다닌 승용차가 약 한달 만에 바다에서 발견돼 지난달 29일 경찰이 완도 송곡항에서 인양 작업을 하고 있다. 차량 안에서는 조양 가족 으로 추정되는 시신 3구가 발견됐다. 완도=뉴시스

 

한 달 넘게 실종됐던 조모(10)양의 일가족이 숨져 있던 승용차의 변속 기어가 해상 인양 당시 주차 모드(P)에 놓여 있었던 데 대해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량 설계에 따른 전자 제어장치 개입 여지, 입수 충격으로 차내 운전자 신체가 흔들리며 변속기를 건드렸을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엇갈린 분석을 내놨다.

 

3일 뉴시스와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 인근 바다에서 인양된 조양 일가족의 아우디 차량은 당시 변속기 기어 레버가 주차 모드 'P'에 놓여있었다.

 

일가족이 탔던 차량은 '아우디 A6 35 TDI 콰트로'다. 2018년 형으로 '7단 S트로닉 듀얼 클러치 자동 변속기'를 적용한 모델이다.

 

변속기 안에 클러치가 내장·자동 조작돼 운전자가 클러치를 밟지 않아도 기어를 바꿀 수 있는 기계식 자동 변속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해당 차량의 변속기에 전자 제어 장치가 작동하는 지를 눈 여겨보고 있다. 차량이 바다에 빠지는 순간 배터리 침수를 막고자, 제어 장치가 기어를 자동 변속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손병래 호남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수동(기계식) 변속기 차량은 기어 레버·클러치·변속기가 서로 연결돼 동력을 주고받는다"며 "하지만 듀얼 클러치 변속기 차량에는 다수의 클러치를 다루기 위해 전자 제어 방식이 쓰인다. 즉 기어 레버·클러치·변속기가 서로 전기 신호를 주고받으며 (자동) 변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량이 염분이 높은 바닷물에 빠지면 배터리가 침수돼 방전으로 이어진다"며 "최근 출시 차량에는 방전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사로 미끄러짐 사고 등을 막기 위해 제어 장치가 주차 기어로 자동 변속하는 설계가 적용됐다. 일가족의 차량도 전자 제어 장치가 방전 직전 개입해 기어를 주차 모드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추론했다.

 

또 "결국 차량 변속기 부품을 분해, 외부의 물리적 힘이 변속기에 작용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차량 제조 공정의 설계 지침 등도 검토해야 한다"며 "같은 차종·연식의 차량이 침수 상황에서 변속기를 자동 제어하는지 등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상 추락 직후 충격으로 몸이 앞으로 쏠린 운전자가 변속기를 건드렸을 것이라는 추론도 있다.

 

김철수 호남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달리는 차량이 물에 빠지면서 해수면에 부딪힌 충격으로 운전자의 몸이 앞으로 쏠려 변속기를 건드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운전자가 평소 습관대로 오른손을 기어 레버 위에 올려놓았을 경우 이런 가정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량이 멈춘 상태(변속 기어 주차 P)에서 만조 시간대 들어찬 바닷물에 휩쓸렸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속도로 주행하다 바다에 추락했을 것이다. 바닷속에서 라디에이터 덮개가 발견된 점, 차량 범퍼 일부가 부서진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운전석만 잠기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운전자인 조씨가 탈출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송 교수는 "아버지 조씨가 탈출을 위해 차 문 손잡이를 잡아당겨 잠금 장치는 해제했으나 바닷속 수압 때문에 문을 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수석·뒷좌석 문은 잠겨있는데 운전석만 잠겨있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차량 제조사인 아우디 관계자는 "출고 차량 제원표 등을 볼 때 조씨 차량은 듀얼 클러치 자동 변속기가 적용된 모델이 맞다"며 "다만 침수 상황에 변속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현재 수사 중인 만큼 확인해주기 어렵다. 경찰 수사 결과를 차분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광주 모 초등학교 5학년생인 조양과 부모는 지난 5월 19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제주도 한 달 살기 체험'을 하겠다며 교외 체험학습을 신청했다. 그러나 제주가 아닌 완도에서 1주간 머물렀다.

 

이후 지난 5월 30일 밤 일가족이 조씨의 아우디 차량을 타고 황급히 펜션을 빠져나갔고, 이튿날인 31일 새벽 완도군 신지면 일대에서 일가족 휴대전화 전원이 차례로 꺼졌다.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선 경찰은 지난달 29일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 인근 앞바다 펄에 묻혀 있던 아우디 차량을 인양, 내부에 숨져 있는 조양 일가족을 발견했다.

 

경찰은 아버지 조씨의 차량 추락 사고와 관련해 고의 사고·단독 교통사고·범죄연루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차량 결함 또는 고장 여부 등도 살피고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감정을 의뢰했다. 또 차량 블랙박스에 저장된 영상 저장 장치를 복원·분석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