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시티·광안대교 야경·저녁노을·불꽃놀이 즐기는 야간요트투어 인기/와이어 생산공장 복합문화공간 ‘F1963’ 변신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자 80층 건물 꼭대기에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는 화려한 조명들. 연인들을 태운 요트는 도시의 밤을 밝히는 불빛을 뒤에 두고 힘차게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아직 낮의 기운이 조금 남은 푸르스름한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경계선을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태양. 서로 손 꼭 잡고 저녁노을 감상하는 연인의 뒷모습은 석양만큼 아름답다. 그리고 하나둘 켜지는 하늘의 별들까지. 부산의 밤은 낮보다 특별하다.
#별바다 출렁이는 부산의 밤 즐겨볼까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 더베이 101 선착장에 서니 부산인 듯, 홍콩인 듯 분간이 가지 않는다. 낮에는 그저 숨이 턱 막히는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들에 불과했던 바다 건너 초고층 마린시티에 밤이 내리자 완전히 다른 옷을 갈아입은 딴 세상이 펼쳐진다. 도시의 화려함을 한꺼번에 모아놓은 듯한 낭만적인 야경 덕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생 샷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부산의 밤을 아주 매력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런 마린시티 야경을 더욱 근사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요트투어. 더베이 101 요트클럽의 경우 선착장을 출발해 누리마루 APEC 나루공원∼해운대∼광안대교∼광안리해수욕장∼수변공원∼수영강∼마린시티를 거쳐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1시간 동안 여행자들은 낭만 가득한 마법 같은 선물을 받는다. 퍼블릭 요트 야간투어는 오후 6∼10시에 1시간 간격으로 운항하며 요금은 성인기준 주중 3만원, 주말 4만원. 인근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도 출발하며 코스는 거의 비슷하다. 50여개 요트 업체마다 출항시간과 가격이 조금씩 다르고 온라인에서 예매하면 할인되는 상품도 많으니 사전 예매를 추천한다. 오전 10시부터 이용하는 주간 요트 투어도 있지만 대부분 낭만 넘치는 야간투어를 더 선호한다.
더베이 101 선착장에서 요트에 올랐다. 정원은 40인승이지만 탑승인원을 15∼20명으로 제한해 쾌적하다. 내부에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있어도 여행자들은 대부분 갑판으로 오른다. 요트가 미끄러지듯 동백섬 끝자락으로 나아가자 전통 정자를 현대식으로 표현한 누리마루 APEC 하우스가 마중 나온다. 둥근 지붕이 조명으로 예쁘게 칠해졌고 바로 옆 동백섬 등대 너머로 해운대 해변과 85층 엘시티가 꾸미는 화려한 야경이 펼쳐진다. 요트는 다시 서쪽 광안대교 쪽으로 머리를 돌려 좀 더 먼 바다로 나가는데 그때 황홀하면서도 몽환적인 마린시티의 야경이 눈에 한가득 들어온다. 연인들이 서로 예쁜 사진을 찍느라 바빠지는 시간. 광안리 해변에서 바라만 보던 광안대교 역시 아름다운 조명을 밝혀 전혀 다른 느낌이다.
“곧 불꽃놀이를 시작합니다.” 시원한 밤바람을 즐기며 나아가던 요트가 잠시 멈추자 선장의 안내멘트가 흘러나온다. 다른 요트 2척이 함께 모이기를 기다려 별을 향해 폭죽이 날아오르면 여행자의 함성도 폭죽소리만큼 커지며 야간 요트투어의 화려함은 절정으로 달린다. 좀 더 호사를 부리는 프라이빗 요트투어도 있다. 원하는 시간에 요트를 통째로 빌려 식사와 낚시 등을 즐기는 상품으로 주간 20만원, 야간 30만원부터. 주로 연인들이 프러포즈하거나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는 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해운대 리버크루즈는 강과 바다를 한꺼번에 즐기는 부산 최초의 도심형 유람선. 좀 더 편하게 부산의 야경에 흠뻑 빠질 수 있다. 22인승 리버크루즈는 수영강의 APEC 나루공원 센텀마리나파크를 출발해 북쪽으로 좌수영교를 지나 과정교 앞까지 갔다가 유턴해 남쪽으로 좌수영교∼수영교∼민락교∼수변공원∼광안대교∼마린시티∼수영만요트경기장∼올림픽공원을 거쳐 APEC 나루공원으로 돌아온다. 12인승 파티요트는 크기는 작지만 속도감을 즐기기 좋다. 둘 다 성인기준 주말요금은 주간 2만5000원, 야간 3만원이며 역시 프라이빗 크루즈 상품도 이용할 수 있다.
더베이 101 선착장 주변은 밤이 깊을수록 삼삼오오 모여드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널찍한 야외테이블이 앉아 마린시티의 야경을 시원한 맥주,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어서다. 밤바다에 데칼코마니처럼 투영되는 초고층 건물의 반짝거리는 화려한 불빛을 즐기며 도란도란 속삭이는 연인, 친구들의 모습이 정겹다. 1층 ‘핑거스앤챗’에서 주문한 싱싱한 농어 등 생선튀김과 감자튀김 요리 피시앤드치프스를 시원한 맥주 한잔과 즐기니 낭만은 더욱 겹겹이 쌓인다. 호주산 컵와인도 맛볼 수 있는데 마시고 난 컵은 피크닉 때 재활용하면 좋으니 버리지 말고 꼭 챙겨 가길.
#핫플레이스로 변신한 와이어 생산공장 F1963
수영구 구락로 F1963 입구로 들어서자 한 여인이 끊임없이 제자리걸음을 걷는 줄리언 오피의 유명한 작품이 여행자를 반긴다. 1963년부터 2008년까지 45년 동안 와이어를 생산하던 공장은 2016년 부산비엔날레를 계기로 예술과 건축이 어우러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와이어 제조설비가 있던 공장 부지는 맹종죽이 무성한 소리길로 바뀌었고 공장의 뒷마당으로 사용되던 공간은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담은 ‘비밀의 정원’ 달빛가든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산소발생량이 많아 여름에도 주변보다 온도가 섭씨 4∼7도 낮은 대숲길로 들어서자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히며 댓잎 부딪치는 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이동식 의자와 가변 벽체를 사용해 전시장과 공연장으로 사용되는 ‘석천홀’, 오래된 공장의 높은 천장을 허물어 개방감을 극대화한 ‘F1963 스퀘어’ 등으로 꾸며졌다.
이곳에 입점한 테라로사 수영점은 공장 분위기가 물씬 나는 설비들로 꾸며져 독특한 카페 풍경을 완성했다. 와이어를 이용한 설치 조형물과 천장의 철근 구조물, 산업용 저울, 대형 공작기계 등 과거 공장에서 실제 사용하던 설비들을 곳곳에 적절하게 배치하고 가운데 기다란 테이블로 멋을 내 카페 마니아들에게 인기다. 대형 인쇄기계로 입구를 꾸민 YES24 중고서점에서는 인쇄 공정에서 전자책까지 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둘러볼 수 있다. 고려제강 본사 주차장과 F1963 스퀘어로 연결되는 ‘1963 브릿지’는 밤이 되면 아름다운 야경 명소로 바뀐다. 다리 위에 서면 탁 트인 수영강의 밤 풍경이 펼쳐져 낭만을 더한다.